[남북 국방회담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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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달 제주에서 열린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에게 "제발 한.미연합훈련을 자제해 달라" 고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金부장은 롯데호텔 만찬장에서 趙장관에게 "서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며 한.미연합훈련 때 대규모 미군병력과 전투장비가 남한에 들어오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金부장은 특히 한.미군이 훈련 때면 "(남측 전투기가)새까맣게 뜬다" 며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회담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金부장의 이같은 태도가 북한군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해석했다.

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북한군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월등히 우세했지만 지금은 남한의 군사력 증강추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金부장이 그렇게 말했어도 한.미군이 있는 한 훈련을 중단할 수는 없다" 며 "남북한 군사이에 군사적인 신뢰가 구축되면 훈련을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 보도문에 '정전체제에 기초하여' 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북측 대표단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인식, 회담 중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북한 양측은 보도 문구에 '실무진' (북측안), '실무위원회' (남측안)를 삽입하는 문제를 두고 한때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유는 북한에서 '위원회' 는 '국방위원회' 처럼 큰 기관에만 사용하는 용어였기 때문. 결국 우리측이 북한의 입장을 양해, '실무진' 으로 낙착됐다.이처럼 양측은 회담기간 내내 용어의 의미 차이에서 오는 혼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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