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미국 독주속 중국 '대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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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시드니 올림픽은 세계 스포츠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한 의미심장한 대회였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답게 39개의 금메달을 차지해 32개를 따낸 2위 러시아, 28개의 3위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강세 종목인 수영.육상은 물론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 태권도에서도 우승할 만큼 드넓은 활동반경을 뽐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미국의 독주 속에서도 '아시아의 거인' 중국이 보여준 눈부신 약진과 개최국 호주의 분전, 바르셀로나 올림픽까지 미국과 쌍벽을 이뤘던 러시아, 전통 강호 독일의 쇠퇴가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특히 중국은 올림픽 폐막을 1주일이나 앞두고 17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1996년 애틀랜타에서 따낸 금 16개를 초과, 미국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가 예언했던 '중국 3강 진입설' 을 실현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올림픽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은 종합 4위(92년 바르셀로나.96년 애틀랜타)였다.

중국은 당초 약물 파동으로 인해 대표선수 가운데 메달 유망 종목인 육상.수영선수를 포함한 40명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면서 고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전략종목인 배드민턴.역도.사격.탁구.체조에서 굳건한 메달 레이스를 펼치면서 미국.러시아.독일이 지키던 3강의 틀을 깨뜨렸다.

한편 러시아는 대회 종반 눈부시게 스퍼트, 폐막 이틀 전까지 2위를 달리던 중국을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스포츠의 상징이었던 레슬링의 알렉산데르 카렐린과 수영의 알렉산데르 포포프, 역도의 안드레이 체메르킨 등이 줄줄이 정상에서 추락한 데서 보듯 쇠락의 기미가 역력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개최국의 성적이 향상되는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호주의 선전은 놀라웠다.

호주는 여자 육상의 캐시 프리먼, 수영 3관왕 이언 서프 등 육상.수영.구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16개의 금메달로 4강에 진입했다.홈 어드밴티지를 감안해도 의미있는 성적이었다.

스포츠 과학의 뒷받침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호주는 87년 주종목인 조정이 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데 자극받아 스포츠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스포츠연구원을 설립했다.

이곳에서의 연구성과가 비약적인 스포츠의 발전을 이끌었고 그 결과 서프 같은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한편 시드니 올림픽은 두자릿수 금메달을 차지해야 간신히 10위권에 진입할 만큼 네덜란드.영국.루마니아 등 중위권 국가의 분전과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한국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 7개로 10위를 마크했지만 이번에는 8개를 따고도 12위로 밀려난 이유이기도 하다.

시드니 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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