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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이렇게 외워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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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양은 “단어를 외운 뒤에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모르는 어휘를 계속해서 암기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이번 방학엔 영어 단어 하루 100개 암기!’ 학생들이 흔히 다짐하는 목표 중 하나다. 영어 실력의 기초는 어휘에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외워도 끝이 없는단어의 양과 지루하게 반복되는 암기는 학생들을 지치게 한다. 효과적인 단어 학습 방법을 알아봤다.

최은혜 기자

체계적인 반복과 연상법 이용

박유진(경기 산남중 1)양은 초등 4학년 때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다. 박양은 단어를 작은 수첩에 정리한 뒤 어디든 들고 다니며 봤다. 한 번 훑은 뒤에는 스스로 시험문제를 내 모르는 단어를 체크했다. 안 외워진 단어는 따로 표시해둔 뒤 다시 암기했다. 박양은 매일 ‘셀프(self) 테스트’를 통해 모르는 단어를 골라내 새로 외워야 할 단어와 함께 공부했다.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발음과 관련시키는 연상 작용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drastic(과감한, 극단적인)이라는 단어는 ‘여자들이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극단적으로 싸운다’라고 외우는 것이다. 또 단어를 발음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원어민의 발음과 비교했다.

반복 학습과 연상법 활용은 이미 공부의 고수들도 인정한 방법. 학습 멘토 커뮤니티 ‘공신(www.gongsin.com)’에서 활동하는 강승만(24·서울대 경영학과 2)씨는 ‘체계적인 복습’을 강조했다. 먼저 외울 단어의 개수는 ‘처음 보는 단어’를 기준으로 정했다. 눈에 익은 단어와 처음 접하는 단어의 비율이 8대2 또는 7대3 정도면 적당하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으면 지루함부터 느끼게 된다.

단어 암기는 사흘 단위로 했다. 눈에 익은 단어 100개와 처음 보는 단어 20개를 이틀 동안의 학습량으로 잡고 공부했다. 셋째 날에는 지난 이틀간 공부한 단어를 복습했다. 다시 사흘을 반복한 뒤 일곱 번째 날에는 한 주간 암기한 단어를 총정리하며 복습했다.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cafe.naver.com/suhui)’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조태원(22·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3)씨는 온몸으로 단어를 외웠다. 눈으로 단어를 보면서 입으로는 정확한 발음을 소리 내 말하고 몸짓으로 단어의 뜻을 표현하며 암기했다. 어려운 어휘는 리듬을 넣어 ‘챈트(chant, 단순하고 반복적인 곡조의 노랫말)’로 만들었다. ingredient(재료)라는 단어를 외운다면 ‘피자를 만들 땐 밀가루도 ingredient, 피망도 ingredient…’ 하는 식이다.

또 “파생어와 다의어를 함께 외우는 게 좋다”는 조씨는 “한 단어의 여러 가지 뜻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서 생각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present라는 단어는 ‘선물·제시하다·보여주다’ 등 뭔가를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조씨는 “한번에 오래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자주 여러 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학습 사이트·어학기기로 지루함 극복

어휘 학습에서 반복과 복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김청택 교수는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가 밝힌 ‘망각 곡선 이론’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이 이론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단어를 학습한 뒤 20분이 지나면 58%의 내용을 잊게 된다”며 “반복학습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70~80%, 한 달 뒤에는 80% 이상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 번 외워진 단어라도 주기를 늘려가며 4회 이상 복습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인내심’이다. 최근에는 반복학습을 돕는 보조도구를 이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문성현(서울 경복초 6)군은 학원에서 무작정 단어를 쓰고 외우는 것이 지루하고 어렵기만 했다.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단어 학습 사이트. 10개 단어씩 설명해주는 강좌를 하루 2개씩 매일 들었다. 강의를 들은 다음날과 일주일 후엔 반드시 복습했다. 어머니에게 문제 출제를 부탁해 단어 테스트도 자주 받았다. 문군은 “원어민의 발음을 바로 들을 수 있고 단어 뜻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이 나와 기억하기 더 쉬웠다”고 말했다. 덕분에 학교 영어 시험 점수는 60~70점 정도에서 90점대로 상승했다.

문군은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단어를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공부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휴대용 어학기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지민(서울 신광여중 1)양은 “단어를 쓰면서 외우는 것이 너무 귀찮고 싫었다”고 털어놨다. 단어장을 만드는 일도 이양에게 고역이었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세대인 이양은 단어 학습기를 활용했다. 이양은 “게임하듯 버튼을 누르다 보면 20~30분이 금방 지나갔다”며 “어휘의 기초가 부족한 학생은 단어 암기에 대한 거부감부터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어학기 제조 업체 이노맨의 이순 대표는 “일정 주기에 따라 단어를 반복해 암기하면 간격효과(spaced repetition)에 따라 장기 기억이 가능해진다”며 “반복학습 기능이 있는 어학기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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