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호주 관중들 "나쁜 매너 못 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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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호주의 올림픽 관중들은 열광적이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자지러질 듯 환호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태도가 싹 바뀐다. 특히 매너가 눈에 거슬릴 경우엔 가차없는 비난을 쏟아낸다. 이같은 태도에 미국 선수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27일 미국 - 슬로바키아의 여자농구 경기가 벌어진 슈퍼돔.

슬로바키아의 레타나 히로코바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은 미국 델리샤 밀튼이 험한 욕을 하며 히로코바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유가 터져나왔다. 그 엄청난 서슬에 밀튼도 슬그머니 '꼬리' 를 내리고 돌아서고 말았다.

지난 25일 남자 1백10m 허들 예선에 출전한 미국의 테렌스 트래멀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2, 3위 선수들을 향해 '어서 따라와 보라' 는 손짓을 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트래멀은 결국 경기장에서 하게 돼 있는 인터뷰도 못하고 라커룸으로 도망쳐야 했다.

야구장에서도 토미 라소다 감독의 미국식 어필은 여지없이 "부 - !" 하는 비난을 불렀다.

처음에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항의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지만 조금만 길어지면 더 참지 못하고 야유를 보내곤 했다.

호주 관중들의 태도는 농구.수영 등 몇몇 종목에서 미국과 라이벌 관계를 의식한 결과일 수도 있다.

여자 농구에서 호주는 미국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영에서는 이언 서프가 있었기에 미국 못잖게 선전했다.

그러나 미국 선수들에 대한 엄격한 태도는 이러한 이해 관계보다는 호주인들의 감수성과 사고방식 때문인 듯하다.

호주 교민들은 "호주 사람들은 순진하고 직선적인 것 같지만 매우 보수적" 이라고 설명한다.

거칠 것 없는 미국 선수들의 매너가 호주인들의 눈에 상스럽게 비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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