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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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조는 정형시다. 초장, 중장, 종장 안에 하늘과 땅의 이치를 비롯 인간의 사는 이치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시형의 그릇이다. 한마디로 간결하고 담백하고 시의 깊이가 있는 것이 바로 시조다.

이번 응모작을 살펴본 결과 많은 이들이 시조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조의 기본적인 잣수율도 지키지 않고 투고된 작품이 많았다.

습작하는 과정에서는 시조의 정형을 지키면서 창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달의 장원으로 뽑힌 이승현의 '백련' 은 위의 것들을 충족하는 작품이었다. 시조의 정형을 지켜내면서도 서정의 맛을 잘 살려낸 깔끔한 시였다. 연꽃을 소재로 깔끔한 시를 뽑아냈지만 시재 선택에 신선한 감이 결여되어 있음이 아쉬웠다.

'새벽' 의 김조수는 시조를 많이 다뤄본 것 같다. 그러나 투고된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의욕만 앞섰을 뿐 마음을 담아내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좀더 시적으로 승화시키는 아쉬움이 남아 차상으로 밀렸다.

차하 '가을과 낚시꾼' 의 김정래 역시 시의 깊은 맛을 살려낼 수 있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 언어를 조탁하는 면에 있어 좀더 신중했으면 한다.

아울러 이번 달에는 고등학생들의 응모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다. 시조집을 많이 읽고, 많이 창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계속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 김원각.오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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