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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미셸 파이퍼 주연의 '왓 라이즈 비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포레스트 검프' '백 투 더 퓨처' '로맨싱 스톤' 등으로 익숙한 로버트 저메키스가 감독한 '왓 라이즈 비니스' 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정통 공포 스릴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다.

저메키스의 전작에서 보듯 그는 유머러스한 영화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내는데 상당한 재질을 발휘했다.

그는 이번에도 해리슨 포드.미셸 파이퍼가 연기력을 한껏 발휘하도록하는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관객을 공포와 긴장의 도가니 속으로 파묻히게 하는 힘은 약간 부친다.

초반부는 미스터리를 가미한 가족드라마로 전개된다. 성공한 과학자 노먼(해리슨 포드)과 결혼 후 첼리스트의 꿈을 접고 남편을 내조하는 클레어(미셸 파이퍼)는 미국 버몬트주 한 호숫가의 그림같은 집에서 행복한 중산층의 모습을 연기한다.

이웃집 여자의 한이 서린 울음 소리가 담을 넘고 클레어에게 가끔 이름모를 여인이 귀신의 환영으로 나타나지만,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뿐인 딸이 대학생활을 위해 집을 떠나는 일이다.

그러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치닫으며 서서히 속을 드러낸다. 클레어는 환영 속에 나타나는 여자가 누굴까 계속 고심하고, 남편은 아내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펄쩍 뛴다. 그러나 컴퓨터가 저절로 작동하고 액자가 넘어지는 일이 계속되자 클레어는 그녀의 실체 파악에 나선다.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고 부모까지 만난 클레어는 마침내 섬뜩한 사실과 마주한다.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극악 무도한 살인마로 확인된다.

양의 탈을 쓴 노먼이 괴수로 돌변하며 아내까지 죽이려들면서 영화는 전형적인 공포물로 결론을 맺는다.

쓸쓸한 호숫가와 푸른 톤의 집안 분위기 등 으스스한 분위기를 위한 세트 설정, 긴장 강화를 위해 극도로 자제한 음향, 그리고 적절한 캐스팅 등 감독이 의도한 장치들은 안정되고 교과서적이다.

이야기가 결말로 향하며 부부인 클레어와 노먼이 목숨 걸고 펼치는 한판 승부는 섬뜩할 정도로 실감난다.

하지만 서서히 관객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의도와 절정을 위한 암시가 쉽게 드러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단계까지 서론이 길다는 점이 집중력을 해친다.

또 욕실 살해 장면은 히치콕의 '사이코' 를, 시체 유기와 배우자 살해 등은 샤론 스톤의 '디아볼릭' 을 연상케 한다.

'포레스트 검프' 에서 보여줬던 사실적인 특수효과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수 효과가 영화를 극대화시키는 도구이지, 결코 특수효과를 위해 영화가 존재하지 않다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잘 다듬어졌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가장 무섭고 섬뜩한 영화' 란 한 외신의 극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원제 What Lies Beneath. 30일 개봉.

신용호 기자

[Note...]

'아래에 뭔가 있는' (What Lies Beneath)영화가 '아래에 아무것도 없는' (Nothing Lies Beneath)영화로 불리기도 하는데... 양파의 껍질을 벗기면 무서운 음모가 드러난다는 제작진의 장담보다 미셸 파이퍼의 호연이 오히려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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