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1층서 공기총 10여 발 쏴 지나가던 고교생 무릎에 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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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울증을 앓아온 30대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놀이터를 향해 공기총 10여 발을 난사해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성남수정경찰서는 18일 이모(39·의류판매업)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3동의 모 아파트 11층 자신의 집에서 인근 공영주차장 놀이터를 향해 공기총 10여 발을 쏘아댔다. 이 때문에 당시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를 지나던 유모(17·고 2)군이 왼쪽 무릎에 총탄을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 목격자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빵’ ‘빵’ 하는 소리가 10여 차례 들려 처음에는 누군가 폭죽을 터뜨리는 줄 알았다”며 “나중에 보니 총탄이어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 확인 결과 놀이터에 있는 정자의 나무 기둥에는 총탄에 맞아 움푹 들어간 흔적이 여러 개 있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주변을 수색한 끝에 자신의 집 안에 숨어있던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체포 당시 공기총 외에 모의총기류 4정을 더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결혼을 해 자녀를 두고 있으며, 2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은 경찰에서 이씨가 한때 자살을 시도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씨는 10여 년 전에 해병대에 입대했으나 지병 때문에 3주 만에 의병 제대를 했으며, 이후 총에 대한 집착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씨가 위암 때문에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버지를 면회하고 온 직후 총을 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놀아 혼을 내주려고 공중을 향해 총을 발사했을 뿐”이라며 “사람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기총은 50m 이내 거리에서 정조준해 쏠 경우 인명을 해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공기총의 경우는 살상 거리가 60m를 넘기도 한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공기총을 난사하게 된 이유와 총기 소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성남=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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