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학 9곳에 R&D 연구실 세우고 매출 30%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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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인텔과 함께 미국이 자랑하는 반도체 회사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다. 2008년 125억 달러(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려 인텔·삼성전자·도시바에 이어 세계 4위 반도체업체로 꼽힌다. 1980년대 메모리 D램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부가가치가 높은 아날로그 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주력하면서 이 분야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TI는 지난해 말 TI코리아 신임 사장에 김재진(44·사진) 전무를 앉혔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와 가전·디스플레이의 호황으로 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6%가량 늘었다. 올해는 3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77년 설립된 TI코리아는 2008년 1조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날로그 반도체와 MCU는 소리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거나, 이를 다시 아날로그 소리 정보로 변환하는 기능이다. 스피커와 마이크·휴대전화 등 대부분의 가전기기와 디스플레이 제품에 들어간다.

“지난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영상·보안장비 시장이 40% 이상 성장했습니다. 이곳에 표준화된 제품을 내놓고, 특히 자동차 반도체 부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김 사장은 TI의 강점을 새로운 기술을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기업문화와 함께 강력한 연구개발(R&D) 네트워크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1950년대 집적회로를 처음 만든 회사답게 매년 2조원의 거액을 R&D에 투자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낸다”며 “한국에서도 12개 대학의 디지털신호처리(DSP) 연구실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1500여 개의 연구실이 네트워크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MCU 관련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TI 공식 교육센터를 한림대에 세웠고, 올해 MCU와 관련된 9개 연구실을 대학에 만들 계획이다.

그는 대우전자 연구원을 거쳐 10년 전 TI코리아에 합류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현지법인장을 맡은 데 대해 “긍정적이면서 유연한 사고가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해결책은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TI 현지법인에서 현지인을 사장으로 채용할 정도로 TI 자체가 ‘오픈 마인드(Open Mind)’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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