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옛도심 활성화 방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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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어린이 위주의 건물 하나 지어 어떻게 낙후된 옛 도심을 살릴 수 있나요."

충남 천안시청 인근 중앙시장에서 20여년간 생활용품점을 운영해 온 김모(62)씨는 천안시가 내놓은 현 시청사 활용 방안이 탐탁치 않다. 내년 하반기에 시청이 서부 불당동 새청사로 옮겨가면 현 시청 인근의 상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 확실한 데도 시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는 청사가 이전되면 2100여평의 현 시청사 터 외에 인근 땅(4200여평)까지 사들여 6300여평의 부지를 확보, 복합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테마파크에 들어설 시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게 대부분이어서 옛 도심 활성화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중앙시장 번영회 유경호(65)사무국장은 "구매력 있는 어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시설이라야 상권이 유지된다"며 "시청 이전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한번 없이 논의되고 있는 '키즈(어린이)타운'식 시청사 부지 활용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4월 편입 대상 토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한 차례 열었을 뿐이다.

시가 마련한 계획에 따르면 테마파크 중심부의 11층짜리 건물은 어린이 및 청소년용 시설이 대부분이다.

층별로 보면 ▶지하층에 주차장과 빙상장 ▶1층에 어린이집 ▶2~4층에 어린이 문화센터 ▶5층에 어린이 전문 의류점 ▶6~8층에 쇼핑몰 ▶9층에 어린이 전문 병원 ▶10층에 영재교육 및 청소년상담 시설 ▶11층엔 일반식당 및 어린이 전용 식당이 들어선다.

이와 별도로 스카이라운지가 있는 150m 높이의 전망탑을 짓고, 인라인 스케이트장과 인공암벽 등을 갖춘 청소년용 'X-게임장'(가칭)도 만든다. 총 사업비 540억원이 투입돼 200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천안역 앞 자유시장의 홍재한(59)번영회장은 "시청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상권이 다시 살아날 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는데 '키즈타운'이 웬 말이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시는 "테마파크와 별도로 충남도가 구상 중인 종합문화산업단지를 이곳에 유치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영상.음반 등 문화콘텐츠 산업단지가 들어서 국비 55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남도 관계자는 "구상 단계일 뿐 구체적 추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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