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성철 주미대사 외교관 자질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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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가 외교관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梁대사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한.미 주둔군지위 협정(SOFA)에 환경.노동.검역 등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문서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방위조약 제4조에 근거한 하위법으로 성립된 게 SOFA일진대 어떻게 그 조항을 상위법인 방위조약에 넣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누가 봐도 현실성 없는 얘기를 하니 환경문제 등 민감한 사항은 아예 협상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梁대사는 노근리 사건에 대해서도 "확증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며 법적 접근을 피하고 상호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군 당사자들의 증언과 미8군사령부.미25사단의 명령서 등 명백한 증거를 두고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梁대사의 어처구니없는 발언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사과와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외교부 당국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대국의 입장을 예단해 미리 양보하는 듯한 발언을 하니 외교 협상의 ABC도 모르는 처사다.

그는 어느나라 국적의 외교관인가.梁대사는 미국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보태 기자들에게 전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또 미국의 대북 정책 계획을 언론에 흘려 미국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행여 국적 시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주미대사로 보내준 임명권자에 대한 과공(過恭) 의욕 때문에 그랬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남북 대화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미 외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다.

그 중책의 핵심에 있는 주미대사가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물의를 빚고 있으니 한.미관계가 걱정이다.정부의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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