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경기 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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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얼마 전 '경기(景氣)정점' 논쟁이 일더니 요즘 들어서는 아예 경기위축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가 제일 좋은 상황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를 담은 것이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의 경기 하강세가 불경기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동안의 과열에 따른 반작용(조정)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약간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얘기죠. 정확한 진단은 시간이 좀 지나야 가능할 것 같군요. 그런데 왜 경제에는 호경기와 불경기가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교대로 반복하는 것일까요. 경제학에서는 그것을 경기순환이라고 부른답니다.

그 변동에는 일정한 주기까지 있다니 참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우선 경기가 좋은 상황을 설정해 봅시다. 상품이 잘 팔려나가니 기업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 바쁠 거예요. 경영자는 종업원들 임금을 더 주면서 생산을 독려할테고요. 상품의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아무 걸림돌이 없습니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비슷하게 대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 시간이 흐르고 나면 상품이 너무 많이 생산돼 재고로 쌓이게 마련입니다. 이를 경제학에선 공급과잉이라고 부른답니다.

바로 불경기입니다. 이에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종업원의 임금을 내리게 됩니다. 생산을 줄여 재고를 해결하는 일이 시급한 거죠. 돈이 잘 돌지 않으니 물가나 금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기업에 다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자는 저축에 매력을 잃고 소비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기업으로선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요. 이 과정에서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는 '호황→후퇴→불황→회복' 의 네국면으로 순환합니다.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시장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주의 경제에선 불가피한 것이죠. 다만 변동의 폭이 지나치게 크면 경제에 충격이 심해 곤란을 당할 우려도 생깁니다.

정부가 금리와 통화량 조절정책을 통해 경기의 상승.하락폭을 조정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경기순환이 일정한 유형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겠군요. 앞서 언급한 대로 기업의 재고변동으로 생기는 것을 두고서는 단기순환이라 부릅니다.

대개 3~4년 주기로 경기의 네국면을 반복하는데 그것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키친 순환' 이라고도 하죠.

또 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은 중기순환(주글러 순환)입니다.

9~10년을 사이클로 돌아가는 게 보통이죠. 여기다가 전쟁.혁명 등 사회변동과 기술개발에 의해 움직이는 장기순환(콘트라티에프 순환)도 있습니다. 대략 50년을 주기로 하고 있답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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