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경영 관행 '다 바꿔'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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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의 외식업체 글로벌다이닝의 하세가와 고조(長谷川耕造.50)사장은 업계에서 이단아 중의 이단아로 통한다.

그는 도대체 일본 기업의 관행을 조금도 따르지 않는다. 무기명 투표에 의한 의사결정과 냉혹한 실적주의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러나 매년 두자리 수의 성장율을 이어온데다 지난해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그를 쉽게 무시하지는 못한다.

'사장도 한표, 사원도 한표' 식의 의사결정 방식은 일본 상장사 중에는 유일하다. 전 임원 및 점포장이 참석해 매달 2번씩 여는 회의는 무조건 1인1표제다. 사전에 의견을 조정하는 것도 아니고 사장 견해라고 해서 특히 중시되는 것도 아니다.

"유능한 인재는 일방적 지시 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이론으로 설득해야 통한다. 오너가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중앙집권식 경영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그의 지론이다.

하세가와 사장의 실적주의 인사는 거의 극단에 가깝다. 월급은 실적 만으로 정한다. 입사연도.나이.학력은 전혀 관계없다. 아르바이트 사원도 능력만 있으면 점포장으로 쑥쑥 발탁한다.

얼마전엔 24살짜리 여자 아르바이트 사원을 대형 점포장에 임명해 화제가 됐다. 월급도 업계 평균의 2배 이상이다.

"5배의 생산성을 올리는 사람에게 3배의 월급을 준다고 보면 된다. 일본경제는 철저한 실력주의가 아니면 더이상 어렵다."

실적평가는 가혹하다. 예컨대 3반기(18개월)연속으로 수익이 감소하면 즉시 점포장을 갈아치운다. 후임은 1백% 사내 공모로 뽑는다.

평가가 워낙 가혹하다보니 입사 3개월만에 70~80%가 그만둔다. 그래도 입사 지원자는 줄을 서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삐딱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와세다대 2학년 재학 중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유럽을 2년간 방랑했다. 귀국후 학교 부근에 조그만 다방을 연 것이 외식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자기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벌다이닝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보엠' , 아시안 레스토랑 '몬순카페' 등의 체인을 운영중이다.

1991년 LA, 96년 산타모니카에도 점포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73억1천2백만엔이며 올해는 1백억엔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해 경상이익은 6억8천7백만엔. 자본금은 12억5천만엔이며, 시가총액은 2백23억엔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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