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태풍 덮쳐 어려운데 쌀 북한지원 정신나간 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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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16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다시 한번 거칠게 비난했다.

정부의 대북 쌀지원 계획을 언급하며 "정신나간 것 아니냐" 고 독설(毒舌)을 퍼부은 것.

이날 아침 YS는 '제1회 아시아 정당 국제회의' 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떠나기 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통화하면서다.

YS는 환송차 나온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에게 "부산과 마산쪽에 전화했더니 태풍피해가 대단하더라" 며 "그쪽이 망하게 생겼다" 고 걱정했다.

이에 權대변인이 "李총재도 부산의 태풍피해가 커 '21일 부산역 집회를 재검토하라' 고 지시했다" 고 전했다.

YS는 환담 중 權대변인이 넘겨준 휴대폰으로 李총재와 30초 가량 통화했다.

그는 "비가 부산과 경남을 쓸어버려 큰 일" 이라며 "이렇게 어려운데 김정일'(金正日)'에게 쌀을 60만t이나 준다고 하니 정신나간 짓을 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YS는 통화를 마친 뒤에도 "과일도 다 떨어지고 어장(漁場)도 다 달아나 우리나라에도 먹을 게 없는데 쌀을 사와서 준다고 하니, 돈은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건가" 라며 혀를 찼다.

5일간 필리핀 방문 중 金전대통령은 18일 '21세기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이라는 주제로 남북관계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도 이번 회의에 당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17일 출국한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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