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이동국, 허정무 마음 잡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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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3-1로 승리했다. 이동국은 두 골을 넣었다.

하지만 허정무 축구 감독도, 이동국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14일 오후(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의 상대는 남아공 프로리그 2부리그(2위) 베이 유나이티드였다. 베이 유나이티드는 포트 엘리자베스의 유일한 프로팀이다. 상대가 누구냐 보다는 본선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실전을 치렀다는 데 의미를 둔 한판이었다.

이동국이 남아공 2부 리그팀 베이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이동국은 모처럼 2골을 터뜨렸다. [포트 엘리자베스=연합뉴스]

◆이동국 딜레마=한국은 전반 23분 세트피스에서 헤딩 선제골을 내줬다. 잠비아(2-4패), 플래티넘 스타스(0-0무·남아공 1부리그 10위팀)전에서 졸전을 펼쳤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패하면 큰 망신을 당할 경기에서 허정무 팀을 구해낸 건 이동국이었다. 전반 25분 염기훈의 슈팅이 상대 수비를 맞고 나오자 이동국이 왼발 땅볼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5분 뒤에는 아크 중앙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동국이 골을 넣었을 때도 허정무 감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전반 40분 이동국이 공간을 파고드는 염기훈에게 패스 연결을 하지 못하자 온몸을 좌우로 흔들며 좀 더 폭넓게 움직여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허 감독은 후반 14분 이동국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했다. 허 감독은 벤치로 들어오는 이동국의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박수를 쳐주지 않았다. 그는 “이동국이 골을 넣은 뒤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동국은 “지적받은 걸 고치겠다”고 투지를 보였다.

◆아직 멀었다=선수들은 공인구 자블라니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4분에 터진 김보경의 쐐기골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골망에 꽂혔다.

하지만 허정무 팀은 이날도 아프리카의 개인기에 휘청거렸다. 측면 수비수 오범석과 박주호는 상대 측면 공격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번번이 밀렸다. 또 수차례 위협적인 크로스를 허용했다. 본선에서 상대할 나이지리아는 100배는 더 강한 팀이다. 나이지리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협력 수비가 절실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대표팀은 16일 2차 전훈지인 스페인 말라가로 이동해 핀란드(18일), 라트비아(22일)와 평가전을 치른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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