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청원 '신문법' 격돌 … 여 "언론시장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달 21일 '언론개혁국민행동' 등의 시민단체는 국회에 언론개혁 입법청원을 냈다. 신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도 제시했다. 4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선 이를 놓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은 시민단체를 옹호했고, 한나라당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시민단체 청원은) 언론시장의 정상화, 여론 독점의 완화, 독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재홍 의원은 "시민사회가 해달라는 것을 국회가 입법처리해 주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입법 여부는) 의원들이 시민단체와 논의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언론인의 도덕성이 더 요구된다"는 등의 말로 여당을 두둔하는 인상을 줬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원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청원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최구식 의원은 "권력을 칭송하는 언론은 언론의 탈을 쓴 권력"이라며 "언론이라면 곧 비판언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문이 마음에 안 들면 찢어버리거나 (구독을) 끊으면 그만이지만 방송이 마음에 안 든다고 TV를 부수거나 전파를 끊을 수 있느냐"며 "권력이 왜 신문에 대해 온 힘을 동원해 공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형준 의원도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지상파 방송 3사 중심의 정책 때문에 케이블 방송과 신문이 시장에서 패배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흥길 의원은 "신문시장의 체질 강화가 먼저"라며 ▶신문발전기금 설치▶신문과 방송 간 조건부 교차 소유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1980년 언론기본법 부활"=시민단체의 신문법안은 80년 5.18로 집권한 신군부가 제정한 언론기본법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정병국 의원 등은 언론 기업의 재산 상황을 문화관광부에 보고하도록 한 다섯가지 조항 등을 꼬집으며 "언론개혁법안이 아닌 언론통제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구식 의원도 "신문법안은 권력이 언론의 구석구석을 통제할 고속도로를 화끈하게 열어놓은 법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법률과 제도는 역사 발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시민단체 법안을 감쌌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