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민투표로 풀자” vs “국회서 해결하는 게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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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자 해법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에선 ‘세종시 갈등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응답이 48.4%나 됐다.

<중앙일보 1월 13일자 1면>

그렇다면 세종시 논란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을까. 이 문제도 세종시 갈등만큼이나 복잡하다. 법적으로 국민투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부터 분분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각 정파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현재로선 국민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본다.

맨 먼저 국민투표 주장을 제기한 건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일부 인사다. 지난해 11월 공성진 최고위원과 차명진 의원은 “국회가 세종시 관련 의견을 수렴하되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책이므로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희 의원은 13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국민투표가 하나의 방식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처럼 국론이 분열되는 형식이 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부정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사안 자체가 국민투표 대상이 되는 것 같지 않다”며 “ 일부 의원이 국민투표 같은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를 남발해 국민들을 혼란케 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홍사덕 의원은 “충청도민이 국민의 4분의 1도 안 되니까 ‘국민투표를 통하면 (신안 반대 여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거냐”며 “비겁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중립 성향의 율사 출신 의원들도 의견이 나뉜다. 한나라당 원희룡·권영세 의원은 “수도 이전 여부는 몰라도 세종시 신안의 수용 여부는 국민투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신안과 원안을 두고 선택하게 하는 국민투표는 가능하다. 다만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국회에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야당도 반대한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법 개정 사안인 세종시는 국민투표 요건에 맞지 않는다. 편법 발상 말고 국회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여야 간의 쟁점을 건건이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헌법학자들의 의견도 나뉜다. 정종섭 서울대(법학) 교수는 이날 “국민투표 제도가 입법권 제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만큼 엄격하게 규정을 해석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성낙인 서울대(법학) 교수는 “헌법 자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한 이상 세종시 문제를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칠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국민투표법은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국민투표권을 주고 대통령은 늦어도 국민투표일 18일 전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공고하도록 규정했다. 한국에선 건국 이래 여섯 번의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모두 개헌과 관련한 투표였다. 

이가영·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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