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레더 효과가 더 컸다’ KCC 하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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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외국인 선수를 맞바꾼 뒤 처음 맞붙은 삼성과 KCC의 경기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가 맞대결에서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승자는 KCC였다. KCC가 13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삼성을 85-78로 꺾었다.

지난 7일 KCC와 삼성은 ‘빅딜’을 단행했다. KCC가 마이카 브랜드를 삼성에 보내고 테렌스 레더(사진)를 받는 트레이드였다. 브랜드와 레더 모두 수준급 기량이지만 KCC 쪽이 이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높이가 장점인 KCC에 특급 센터 레더까지 가세하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는 것이다.

KCC는 보란 듯이 트레이드 후 3연승을 달렸다. 아직 순위는 3위에 머물고 있지만 선두 모비스와는 한 경기 차에 불과하다. 더구나 트레이드 당사자인 삼성을 꺾으면서 연승을 달려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반면 삼성은 이날 패배로 시즌 첫 4연패에 빠졌다.

레더와 브랜드는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레더는 “어제 한숨도 못 잤다. 옛 동료들을 상대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놓았다. 브랜드는 “지난 시즌 우승을 일궜던 정든 팀을 떠나 서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트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레더는 13득점·3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브랜드는 24득점·6리바운드를 올렸다. 삼성과 KCC 모두 한층 매끄러워진 공격력을 선보였다. 경기 내용만 보면 ‘윈윈 트레이드’였다.

그래도 확실한 판정승을 거둔 쪽은 KCC다. 허재 KCC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더 이득을 본 트레이드다. 레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KCC와 삼성은 4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1쿼터에 KCC는 스타팅으로 레더 대신 아이반 존슨을 내보냈다. 2쿼터에 레더가 나오자 불꽃이 튀었다. 레더와 브랜드는 서로 매치업 상대로 맞섰다. 삼성은 전반을 47-43으로 앞서 갔다.

레더는 이날 지나친 승부욕을 보이다가 3쿼터 후반 5반칙으로 퇴장당했다. KCC가 위기를 맞은 듯했지만 그게 기회였다. 레더를 대신해 코트에 나선 존슨이 26득점·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4쿼터에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이면서도 KCC 선수들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삼성을 압박했다. 전태풍이 4쿼터 3분께 과감한 3점슛을 던져 72-69로 앞서 가더니 이어진 KCC 공격에서는 묘기에 가까운 속공이 나왔다.

하승진의 수비 리바운드를 전태풍이 논스톱 패스로 연결하고, 이 것을 존슨이 호쾌한 덩크슛으로 마무리했다. 리바운드부터 덩크까지 단 6초가 걸렸다. KCC는 이 속공으로 74-71로 달아났고, 뒤이어 강병현이 과감하게 쐐기 3점포를 꽂아 넣었다.

반면 삼성은 4쿼터에 무너지는 고질적인 약점이 또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4쿼터에만 실책 4개를 쏟아 냈고, 전반에 잘하던 이승준이 후반 단 1득점에 그쳤다.

하승진은 경기 후 “레더가 온 뒤 팀이 바뀌고 있다. 상대 팀이 레더에게 협력 수비를 하기 때문에 내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존슨은 “레더가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우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울산 홈 경기에서 오리온스를 82-61로 꺾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하위 오리온스는 9연패에 빠졌다.

김우철 기자

◆전적(13일)

▶잠실
삼성(16승19패) 78-85 KCC(26승11패)

▶울산
모비스(27승10패) 82-61 오리온스(8승2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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