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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리 손 안 대면 한국 증시는 견딜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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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의 전격적인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에 일단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놀란 모습이다. 특히 이렇다 할 재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엔 조정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지준율 인상이 한국과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그 기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작스러운 중국의 발표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지수가 빠졌으나, 전반적으로는 단기 조정 정도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근거는 중국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택하지 않고, 은행의 지준율만 건드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형 은행에 대해서만 0.5%포인트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리서치 이진우 연구원은 “중국이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심각한 거품이 낄까 걱정해 사전에 미세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고 보기에는 미약한 조치이므로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지준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9%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준율 인상이 중국 내수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은행의 돈줄을 일부 죈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라는 데 바탕을 둔 분석이다. 이는 한국 증시엔 호재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봐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여러 차례 지준율을 올렸으나 한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2008년 1월 16일 14.5%에서 15%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간 5.63% 빠진 것이 최대 하락폭이었다. 이마저도 온전히 중국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영향도 받았다”(메리츠증권 조성준 연구원)는 해석이다. 2007년 이후 중국은 모두 15차례 지준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적이 8번, 상승한 적이 7번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통계로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자산 버블이나 인플레가 일어날 경우 중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04년이 그랬다. 당시에도 지준율 인상에 이어 바로 금리까지 올렸다. 이 경우 국내 증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인상 시기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일러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철강은 피해, 가전은 수혜=13일 증시에서는 철강 업종의 낙폭이 컸다. 포스코가 하루 새 4.49%, 동국제강이 5.29% 내린 값에 장을 마쳤다. 지준율 인상이 중국 내 부동산 거품을 겨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내 부동산 개발이 주춤할 것이며, 판로를 잃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해외에 덤핑 공세를 펴 한국의 철강업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건설 중장비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가전·디지털기기·자동차 분야는 중국 내수 확장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한화증권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 것이라며 항공·여행 업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준율 인상으로 국내 증시에서 특정 업종이 눈에 띄게 급등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그동안 많이 오른 주가의 조정을 자극할 만한 요인이 될 수 있으나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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