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벤처 도메인 등록 첫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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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창투사와 에인절 등의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데 이어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대한(對韓)투자계획을 의욕적으로 발표했던 외국계 펀드도 대부분 투자를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인터넷 도메인 등록건수도 지난달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와관련,전문가들은 국내 벤처산업이 본격적인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소프창업자문의 김동렬 대표는 “조정기에는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수성(守城)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어불은 외국자금=일본 소프뱅크의 손 마사요시(孫正義)사장과 한국자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지난해말과 올 3월 총 1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의 실제 투자규모는 시큐어소프트·한국전자인증 등 13개 업체 4백89억원에 그쳤다.문규학 부사장은 “일주일에 30∼40여개 회사의 사업계획서를 받지만 검토해 볼만한 사업계획서는 1∼2건에 불과해 옥석(玉石)을 가려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도 지난 2월 “한국에 6천만달러(약 6백6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 업체가 투자받은 돈은 아직 한 푼도 없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 등을 검토중이지만 마땅한 업체가 없어 투자를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한글과컴퓨터·네띠앙에 90억원,올들어 옥션에 73억원을 각각 투자했던 히카리통신도 일본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미래산업·메디슨 등 국내 8개사가 설립한 ‘토종펀드’인 코리아인터넷홀딩스도 1년 내에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올 4월 3백32억원의 펀드를 조성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실제 투자액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도메인 등록건수도 줄어=한국인터넷정보센터(http://www.nic.or.kr)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국내(.kr)도메인 등록수는 49만3천여건으로 지난 7월보다 1천여건이 줄었다.국내 도메인수는 지난해 12월말 20만7천개였으며,이후 매달 4만여건씩 늘어왔다.

이는 도메인 등록비용 납부 마감기한인 지난달 1만8천여개의 도메인이 신규등록을 포기했고 한때 월 6만건을 웃돌던 신규신청도 1만여건 정도로 줄었기 때문.

인터넷정보센터 진충희 과장은 “▶거품이 빠지면서 벤처기업 도산이 늘어난데다▶도메인 등록이 실수요 위주로 정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이용자 증가율도 지난 5월에는 전월대비 5.4%였으나 6월 2.7% 7월 1.8%로 둔화되고 있

다.

◇대책=벤처업체들의 위기극복 노력도 본격화되고 있다.다음커뮤니케이션·네이버·지오인터랙티브 등은 웹사이트 운영솔루션이나 게임 소프트웨어를 미국·인도네시아 등에 수출,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새롬기술은 41억원을 들여 타운넷을 인수했고,바른손은 와와컴을 인수,인터넷업체로 변신했다.

소프트뱅크 文부사장은 “조정기일수록 적극적인 M&A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윤·김창규·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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