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워치] 민주 경선서 여성후보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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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성 대의원들이 여성후보를 제대로 안 밀어준 것 같아. "

지난달 8월 30일 저녁 민주당 전당대회(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최고위원 선거 종료 뒤 당선자 7명의 이름이 대형 멀티비전에 떴다.

"와" 하는 환호의 박수가 터졌지만 두 명의 여성 김희선(金希宣.서울 동대문갑).추미애(秋美愛.서울 광진을)의원은 고개를 떨궜다.

벽은 높았다. 15명 출마자 중에서 秋의원(11등.1천6백27표, 18.7%)과 金의원(14등.7백99표, 9.2%) 모두 당선권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것. 경선 출발지점에서 이들의 의욕은 대단했다. 秋의원은 '민주당 여성기수론' 으로, 金의원은 '친근한 이모(姨母)론' 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열정을 뒷받침해줄 만한 여건이 있었다. 선출직 여성 최고위원이 탄생하면 희소성 덕분에 정치 스타로 등장할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맞설 만한 여성 정치인이 없다는 평판을 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9천명 대의원 중 여성 대의원이 21%(1천9백명)나 됐다. 仄릿潁떪?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 덕분에 숫자가 많았다. 투표방식은 4명 연기명식(대의원당 4명을 찍음)으로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투표결과는 여성 대의원들이 두 여성후보에게 확실하게 표를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秋의원은 "여성 대의원들이 오히려 소극적이었다" 고 인정했고, 金의원도 "여성대의원들이 할당제 도입의 취지를 모르니 기막힌 일" 이라고 아쉬워했다.

여성후보 단일화의 실패 등 패인은 여러가지이나 여성 대의원들이 남성 후보들의 공세에 무너져 결집이 잘 안됐다는 것. 秋의원은 "여성표는 조직을 가동한 남자 후보들의 공략대상이었고, 쉽게 흔들렸다" 고 말했다.

때문에 두 의원의 실패를 우리 정치문화의 독특한 현상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4선의 고참 의원은 "여성 대의원들이 남성 대의원보다 여성후보에 대해 까다롭다. 당내 경선이나 총선도 마찬가지" 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여성끼리 특유의 경쟁심이 작동한 우리 선거문화의 한 단면" 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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