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386] 1. 386 대 포스트 386 호프집 좌담

중앙일보

입력 2004.10.04 06:52

업데이트 2004.10.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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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에 해당하는 네 사람이 한 호프집에서 만나 생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진.강원택.문경선.장한승씨.[최승식 기자]

386과 포스트386세대가 지난달 30일 호프집에서 만났다. 생맥주를 마시며 흉금을 털어놓고 우리 정치현실을 논하기 위해서다. 좌담에선 역시 세대차이가 났다. 노무현 정권을 보는 눈이 달랐다. 386 출신은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민생과 경제가 뒤로 밀려 있고,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포스트386세대는 정부의 개혁방향이 옳다며 지지를 보냈다. 좌담엔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81학번), 김석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85학번), 문경선 숙명여대 4학년(정외과.2000년 입학한 00학번), 장한승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천문학과 4학년.01학번)이 참석했다. 사회는 중앙일보 정치부 이상일 차장이 맡았다.

▶사회=본지 여론조사에서 386과 포스트386의 정치성향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과 직장에선 어떻게 느낍니까.

▶강원택=포스트386은 일단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봅니다. 1980년대엔 대학이 너무 정치화됐던 게 문제였는데 지금은 탈(脫)정치화 경향이 강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현실적입니다. 취직이나 고시공부에 관심이 더 많죠.

▶장한승=서울대에선 그런 경향을 읽을 수 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번 학기에 서울대에 '부자 동아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부자가 되는 법을 알아보자는 동아리인데요, 회원 모집 행사에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둘째는 학내 집회에 소위 '編慣?圈)'들이 조직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생들의 주요 집회 장소인 아크로폴리스 광장은 중앙도서관 앞에 있습니다. 집회에서 나는 소리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들이 꾸준히 나왔었죠. 올 들어 서울대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SNU라이프)에선 논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운동권'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공부권'이라는 이름의 필진이 등장했고 양 진영 간에 격론이 벌어졌죠.

▶강=와, 진짜 격세지감이네요.

▶문경선=저는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표현 방법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이유에서 개인의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나 이라크 파병에 관심이 없진 않아요. 정치 전공이 아닌 학생들이 정치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정치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석진=최근 입사하는 직장 후배들을 보면 정치적 관심은 386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이 80년대에 비해 훨씬 완화된 반면 사회에서의 경쟁은 80년대에 비해 훨씬 치열해진 때문이겠죠.

▶사회=386세대가 정권에서 떨어져 가고 있는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잡힙니다. 반면 포스트386의 다수는 여권의 강한 지지층으로 남아있고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김=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386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금은 실망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현 정부가 개혁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국정운영 능력도 부족하다고 보는 것 같아요.

▶장=현 정권이 할 수 있는 개혁을 그런대로 해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지지합니다. 노 대통령의 개혁방향이 그래도 현실적이고, 옳지 않은가요.

▶강=386은 개혁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방식에 불만이 있는 것 아닐까요. 386은 노 대통령 취임 후 가시적으로 나오는 성과가 별로 없는 데다 개혁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386은 이제 사회의 허리에 해당합니다. 개인적으론 가정을 이끌면서 사교육비 부담도 많이 지고 있는 경제 주체죠.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고려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하는 얘기는 과거사 문제 등 일상생활과 유리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편협하다고 보고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장=정부가 어떤 일을 해서 경제가 나아질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이라면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그런 쪽인지 의문입니다.

▶문=개혁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예컨대 과거사 규명 같은 것은 관련자들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더 지체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김=정부가 제기하는 국정 어젠다가 너무 정략적이고 이념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상황도 봐야 하지 않습니까. 경제가 안 좋아질 때가 됐고 취업도 잘 안 될 때가 됐다고 하고.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는 것이죠.

▶문=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 아닌가요.

▶사회=과거사 규명과 관련해 여야의 견해는 엇갈립니다. 열린우리당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 바로세우기는 필요한 일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은 야당을 흠집내기 위한 정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문=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은 국가기관이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조사는 불가능할 겁니다.

▶김=과거에 있었던 개개인의 잘못을 가리는 것은 지금 의미가 없습니다. 정권이 왜 이런 걸 들고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국가기관은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을 찾아내 보상하는 역할에 한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문제는 학계에 맡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장=과거사 규명으로 역사의 모호한 구석은 다 없애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사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지 처벌이 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강=정치인이 나서서 과거사를 평가하고 처벌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권이 추진하는 것엔 정략이 있는 것 같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흠집내려는 의도도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사 규명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을 통해 팩트(사실)를 발견하는 쪽이어야 합니다. 정치적 의도에서 왜곡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장=여당이 하고자 하는 과거사 규명에 솔직히 정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합니다.

▶사회=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문=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자주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만 이라크 파병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김=보내긴 싫은데 미국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식으로 보이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과 이슬람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러 간다는 식으로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우리 세대는 "북이 대남 적화통일을 무력으로 꾀할 수 있는 주적"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무조건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거의 없고요. 남북이 통일되지 않고 그냥 공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학생도 있지요.

정리=김정욱.이가영 기자

'386과 포스트386세대 비교' 어떻게
***성균관대 - 본사 조사자료 종합분석'

'386과 포스트386세대 비교' 기획특집은 두 가지 조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것이다. 기본 자료는 성균관대 서베이 리서치센터(소장 석현호 교수)가 실시한 '제1차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KGSS)'다. KGSS는 2003년 7월부터 3개월간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문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300여개였다.

표본은 다단계 지역층화 표집법으로 선정했다. 유효 응답자 1315명(응답률 66%) 중 기획 방향에 맞는 표본 843명(포스트386 491명+386세대 352명)을 최종 대상으로 했다.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다.

이 조사는 한국 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 육성지원 프로젝트다. 자료는 한국사회과학도서관 부설 '한국사회조사 데이터 아카이브'에서 '한국 청년의식구조의 변화'(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목적으로 제공받았다.

정치 분야는 정국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새로운 자료가 필요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9월 8, 9일 두 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여론 조사를 했다. 포스트386세대가 561명, 386세대가 367명이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포인트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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