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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386] 1. <메인> 386과 결별하는 '203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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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포스트386세대'(20~35세)가 몰려온다. '386'(36~45세) 이후의 새로운 젊은층으로 '2035'라고 불리기도 한다. 포스트386세대는 386세대와 여러 분야에서 충돌하고 있다. 가치관과 의식성향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386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 못지않다. 노무현 정권 탄생의 주역은 386세대다. 386정권으로 불렸다. 그러나 정권 출범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386세대는 노 정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신 포스트386세대가 그 빈 자리의 상당 부분을 메우고 있다. 노 정권의 주요 지지세력이 포스트386세대로 바뀐 것이다.

포스트386은 386보다 진보적이다. 상대적으로 반미성향이 강하다. 대기업의 국민 경제 기여도를 놓고 포스트386은 386보다 짜게 매긴다. 포스트386은 386보다 '분배 정의'를 강조한다. 반면 시장 개방과 외국 문화 수용에는 보다 적극적이다. 포스트386세대는 386세대보다 가족과 이웃을 덜 챙긴다. 386세대에 비해 더 개인주의적이고 직장 헌신도가 낮다. 이는 중앙일보가 창간 39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여론조사 내용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기본 자료는 지난해 7월 성균관대 서베이 리서치센터의 '한국 종합 사회조사'(KGSS)를 토대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 세대의 특성을 추출, 비교했다. 그리고 지난달 8, 9일 본사에서 두 세대 928명을 상대로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했다.

386세대는 통상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에 들어간 30대를 말했다. 이제 고참 386세대는 40대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36~45세는 386(80~87학번), 20~35세는 포스트386세대(88학번 이후)로 나눴다. 87년 6월항쟁을 대학생으로서 아니면 사회인으로서 경험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본사 조사에 따르면 386은 이제 열린우리당(20%)보다 한나라당(31%)을 더 지지한다. 반면 포스트386의 열린우리당 지지도(30%)는 한나라당 지지도(18%)보다 훨씬 높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방향에 대해 386의 다수는 부정적(55%)이다(긍정 24%). 포스트386에선 긍정(37%)이 부정(35%)을 앞섰다.

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386세대에선 반대(51%)가 찬성(34%)보다 많았다. 포스트386세대에선 찬성(47%)이 반대(38%)를 앞질렀다. KGSS 조사에서 진보와 보수의 양 극단을 각각 100점, 0점으로 봤을 때 포스트386의 평균은 53점, 386은 46점이었다. 이는 본지 조사에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 응답자가 386세대(27%)보다 포스트386세대(38%)에서 더 많이 나온 것과 같은 흐름이다.

서울대 송호근(사회학)교수는 "저항운동의 전위였던 386세대는 '혁명'에서 '적응'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포스트386세대는 자기의 길을 찾기 위해 386과 결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정치.경제.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포스트386의 등장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386과 포스트386의 두 연령집단 간 새로운 세대전(戰)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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