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약회사들 병·의원에 리베이트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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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약회사와 병.의원간 검은 돈(리베이트)수수 관행이 의약분업으로 인해 일단 사라졌다가 새로운 형태로 살아나고 있다.

이달 들어 제약회사들이 의료기관에 자기 회사 약 처방을 조건으로 10~20%의 리베이트를 공공연히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약분업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된 의료기관이 특정 약 처방을 해주는 조건으로 제약회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 실시 전에는 제약회사가 약값을 깎아주거나 약의 양을 더 얹어주는 방법으로 의료기관에 이익을 제공했었다.

이제는 의료기관이 직접 투약할 수 없게 되자 '처방 리베이트' 명목으로 뇌물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 실태=지방의 C의원은 이달 들어 A.C.D.S.Y.또 다른 S사 등 여섯 곳의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우리 약을 처방해 주면 약값의 10~15%를 리베이트로 주겠다" 는 제의를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J내과의원도 S.J제약사로부터 20% 리베이트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J원장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우리 의원 부근 약국에서 내가 자기네 회사 제품을 처방한 것을 확인하고는 인사치레를 하는 척 접근해 계속 처방해 달라고 부탁했다" 고 설명했다.

경기도 K종합병원은 최근 제약회사 두 곳으로부터 이같은 조건으로 6천여만원 상당의 구급차 3대를 받았다.

◇ 원인=리베이트를 제의하는 제약사는 복제(카피)약을 생산하는 중소회사들이 많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오리지널(특허)약 등 약효가 상대적으로 좋은 약을 처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품 도매업체 H사 李모 사장은 "외국학회 참여비용.저술비 지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여전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중소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 뾰족한 대책 없어=문제는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보전하기 위해 약의 품질을 떨어뜨리면 그 부담을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이 궤도에 오르면 처방 리베이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면서 "단속 이외에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고민"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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