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표단 '단고기' 요리 오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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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관급회담 남북 대표단이 30일 '평양 단고기집' 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개고기 요리가 남북 당국회담의 공식 메뉴로 오른 것은 30년 남북대화 사상 처음 있는 일. 오후 1시부터 1시간20분간 진행된 점심에는 부위별로 요리한 다섯가지 코스 요리가 선보였다. 그바람에 3시로 예정됐던 오후 회담이 30분 늦춰질 정도였다.

박재규 수석대표가 먼저 " '단고기' 라는 명칭은 김일성 주석이 지은 것으로 베트남 요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코스 음식으로 개량했다" 고 설명하자 전금진 북측 단장은 "우리 민족의 고유 음식인 '단고기' 가 힘을 주는 것이니 힘을 얻어 잘해 나가자" 고 화답했다.

1960년 6월 문을 연 이 식당은 "옥류관(냉면전문)처럼 단고기집을 멋있게 짓자" 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별도 연회장까지 갖춘 6백30명 수용 규모의 전문 요리점으로 자리잡았다.

金총비서는 개고기를 "민족의 고유한 전통음식" 이라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고기국(개장국)은 껍질을 벗기지 말고 그대로 해야 제 맛이 나고 개장국엔 좁쌀밥이 잘 어울린다" 며 요리법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서울의 회담관계자는 "남북한이 보신탕을 곁들여 화합의 분위기를 돋운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국의 보신탕에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일부 외국 인사들과 외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며 지레 걱정하기도.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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