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백자봉황문호
-윤현조
순백의 겨울보다 더 온화한 외모로
네곁엔 채워도 빈듯 비워도 늘 찬 모습
모르게 와 앉은 봉황 구름같이 날더이다.
티 하나 없는 가을 닮아 살은 더욱 곱고
그냥 바라만 봐도 눈이 밝아지는 느낌
가슴 왜 이리 뛰는지 백자여, 말해다오.
그 솜씨 따를 자 팔방 찾아 헤메어도
선인 다 간 자취 혼자 남은 외로움이
오히려 다정다감할 뿐 꿈은 늘 넘쳐 있다.
신선이 내려온 길 어디로 가는건지
고고한 나래짓 그대로 박힌 문양
세상이 이리 순박한 그런 날이 있을런지.
◇ 시작노트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또 매미가 너무 많아 밤잠을 설치게 했던 그소리들 조금씩 물러앉는 처서도 지나고 계절은 모르게 변한다.
이 자연의 섭리에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그 멋속에 예술로 승화하고 끈임없이 추구해 가는 장인들!
조상이 남긴 청화백자, 숨은 얼을 물끄러미 지켜본 박물관 속 나의 하루가 너무 짧다. 무사(無邪)무언(無言)무아(無我)이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올여름 휴가였다.
<작가 약력>작가>
▶1945년 경기 안성 출생
▶77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 '벽오동 시
초대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