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직자 기강 확립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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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례1: 4월 19일.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시 시장관리원인 장춘츠(張春池)는 관리비를 받으러 왔다가 태도가 불량하다며 노점상 리원푸(李文福)를 마구 구타. 李는 앞니가 부러지고 머리에 10여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사례2: 6월 4일. 허베이(河北)성 바저우(覇州)시 파출소 부소장 두수구이(杜書貴)는 운전 중 시비가 붙은 트럭 운전기사 뉴야쥔(牛亞軍)을 권총으로 사살했다.

사례3: 7월 4일. 허난(河南)성 위저우(禹州)시 경찰 류더저우(劉德周)는 아내가 수도.전기료 문제로 집주인과 다투자 만취 상태에서 권총을 난사해 집주인 등 세명을 죽이고 두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례4: 7월 16일. 쓰촨(四川)성 웨이위안(威遠)현 교통국 직원 네명이 만삭의 부인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던 차를 세우고 조사를 한답시고 20여분을 끄는 바람에 임신부가 숨졌다. 이들은 임신부의 어머니가 제발 보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어도 막무가내로 조사했다.

사례5: 지난 22일 랴오닝성 선양(瀋陽)시 교통경찰관이 다량 출혈 중인 임신부를 태운 삼륜차에 규정만 고집, 대로 진입을 막고 우회토록 해 30여분을 허비하게 만드는 바람에 병원 앞에서 사산했고, 임신부도 위독한 상태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7월부터 이같은 어이없는 공권력 행사 사례들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실제론 공권력 남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으며 당국도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공권력 남용의 배경으로 공직자들의 특권의식과 교육부재.뒷문 채용에 따른 자질 저하를 꼽는다.

둘째 사례에 등장하는 파출소 부소장 杜는 牛를 쏘아 죽인 뒤 "누구도 사실을 제대로 증언하지 못할 것" 이라며 사건 조작까지 시도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첫째 사례로 든 張을 직위해제했고, 杜와 셋째 사례인 劉에겐 사형을 선고했다. 쓰촨성 교통 관리 네명에게도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엄벌할 방침이다.

이같은 강력한 대응은 중국 당국이 이제는 "권력은 총구가 아닌 법에서 나온다" 는 자세로 공직자 기강 확립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지난 26일 베이징(北京)인민경찰 학원에선 중국 경찰 사상 최초로 진급시험이 치러져 4백명의 경찰관들이 땀을 흘렸다. 법치를 위해선 공무원 인사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이유에서 도입된 제도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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