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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화갑·이인제 후보 부인 내조는 몇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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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민주당 전당대회의 1위 다툼에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과 이인제(李仁濟)고문의 대결이 있다.그 대결의 뒷면에 부인들간의 경쟁도 뜨겁다. 남편들의 손과 힘이 닿지 않는 공간을 채워나가는 내조(內助)겨루기다.

韓후보의 부인 정순애(鄭順愛.52)씨와 李후보의 부인 김은숙(金恩淑.51)씨. 유권자인 전국 9천5백여명의 대의원들을 상대로 때론 남편과 함께, 때론 혼자서 세일즈에 나섰다.

내조 경쟁력의 첫째 요소는 남편의 부족한 면모를 보완해주는 일이다. 남편이 풍기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조화있게 연출해 최고의 이미지를 생산해 내느냐다. 그래서 두사람은 자신들을 또하나의 '얼굴없는 후보' 라고 여긴다.

이들은 남편들 만큼이나 대조적이다. 李후보의 부인 金씨는 여전히 적극적이다.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매일 李후보와 함께 연설회장을 돌고 있다. 지방 연설회가 몰린 지난주엔 옷가방을 챙겨 호텔 신세를 졌다.

1997년 대선 때 '튄다' 는 지적을 받아선지 이번엔 조용한 인상을 주려고 변신을 꾀하는 듯하다. 즐겨 입는 양장 대신 한복을 세벌 맞춰 입고 다닌다.

"이인제 후보의 아내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대의원들의 손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韓후보의 부인 鄭씨는 조용히 접근하는 쪽이다. 그는 하루 1백여통의 전화를 돌린다. 손끝의 감각이 없어지고 목이 잠기기 일쑤지만 "대의원과 1대1로 대화를 나누는 게 효과적일 것 같아서" 다.

남 앞에 나서길 꺼려 당 소속 의원들조차 상당수는 얼굴을 모르는 鄭씨지만 변신을 했다. 신문기사를 요약해뒀다가 건네주고 때론 토론도 한다. 가끔 화장기 있는 韓후보의 얼굴도 5년 전까지 중학 미술교사였던 鄭씨의 '작품' 이다.

두 사람이 직접 부닥치는 일도 생겼다. 李후보가 '충청 대통령론' 을 언급한 직후다.

"(경선이)정권 재창출과 전국정당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 (金씨)

"당이 뭉쳐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데 왜 벌써부터 대선을 방불케 하나. " (鄭씨)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부인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우리 정치권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조정치의 모습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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