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레더 날개 단 KCC, 모비스 16점 차로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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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농구 사상 최강의 더블 포스트가 등장한 분위기다. 하승진(25·2m21㎝)과 테렌스 레더(29·2m·사진)를 앞세운 KCC가 모비스를 어린아이 다루듯 손쉽게 제압했다. KCC는 10일 전주 홈 경기에서 모비스를 87-71로 이겼다. 리그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비롯해 지난 7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레더가 이룬 더블 포스트의 힘이었다. 하승진이 10득점·8리바운드, 레더가 14득점·7리바운드를 올렸다. ‘레더 효과’는 외곽에서도 나타났다. 모비스 수비가 2~3명씩 골밑으로 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KCC의 3점슛 11개가 터져 나왔다.

허재 KCC 감독은 4쿼터 시작하자마자 승리에 쐐기를 박을 승부수를 던졌다. 12점 차 앞선 채 시작한 4쿼터에 하승진과 레더를 동시에 투입했고, 모비스를 더 무섭게 몰아쳤다.

모비스는 4쿼터 초반부터 리바운드를 연이어 빼앗겼고, KCC 전태풍(19점·3점슛 5개)에게 연속 3점포를 얻어맞았다. 4쿼터 중반 모비스가 57-79까지 끌려가자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 구성을 바꿨다. 그래도 KCC의 높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춘 하승진과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레더의 만남이 얼마나 폭발력이 큰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하승진과 레더는 지난 시즌 각각 KCC와 삼성의 센터로서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했던 사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하던 하승진은 레더를 만나 고전했다. 챔프전에서는 KCC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하승진은 후에 “챔프전에서 레더에게 철저하게 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에 레더와의 라이벌 의식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그동안 유일하게 나와 인사하지 않던 선수가 바로 레더였다. 그런데 이제 동료가 됐다니 아이러니하다. 레더는 삼성에서 KCC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이제 지난 일은 잊고 함께 하이파이브하며 뛸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KCC가 ‘레더 효과’에 웃는 이유는 따로 있다. KCC는 이번 시즌 잘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상위 팀인 모비스와 KT에 연패 중이어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이날 거둔 완승으로 자신감이 붙었다. 허재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마음에 든 경기”라며 웃었고, 유재학 감독은 “이러다 프로농구가 원사이드로 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CC는 이날 승리로 2위 모비스에 한 경기 차, 1위 KT에 한 경기 반 차로 따라붙었다. 모비스는 KCC에 막혀 원정 연승 행진을 ‘14’에서 마감했다.

SK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전자랜드를 78-66으로 이기고 13연패에서 탈출했다. SK 방성윤이 24점, 김민수가 22점을 몰아넣었다. 시즌 도중 SK를 맡은 신선우 감독은 6연패 뒤 부임 첫 승을 올렸다. LG는 오리온스를 85-81로 이겼다.

이은경 기자

◆전적 (10일)

▶전주
KCC(25승11패) 87-71 모비스(26승10패)

▶잠실학생
SK(9승26패) 78-66 전자랜드(11승2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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