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생존권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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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시행된 성매매처벌법 여파로 집창촌과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의 집중 단속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대안 없는 단속으로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전업을 위한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보장해 주든지, 아니면 공창제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단속 항의 자살기도=지난달 29일 오후 8시쯤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업소 3층 방안에서 여종업원 윤모(24)씨가 수면제 20알을 먹고 쓰러져 있는 것을 업주 김모(61.여)씨가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윤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윤씨는 유서에서 "내가 죽는 것은 악덕업주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책 때문"이라며 "우리들 벌금으로 잘 먹고 월급도 받는 당신(국회의원)들이 왜 밑바닥까지 들어온 우리들을 죽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도 보험을 적용받고 떳떳이 세금도 내고 싶다"며 "단순히 윤락 근절을 위해 우리들을 죽이지 말고 차라리 공창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 이어지는 항의 시위=1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미아리.영등포.인천.평택 등 전국의 주요 집창촌에서 모인 성매매 여성 300여명이 성매매처벌법 시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성매매 여성들은 "무조건적인 단속으로 생계마저 막막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금형(46)과장은 "성매매 여성이 자살을 시도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여성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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