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철의 실크로드' 한반도 비켜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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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한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계획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한반도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하는 독자노선 구상을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선은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道)의 왓카나이(雉內)에서 사할린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이 구간에는 왓카나이에서 사할린 남단 코르사코프 사이의 소야(宗谷)해협 43㎞ 구간과 사할린~시베리아 사이의 타타르 해협(8㎞)을 잇는 해저터널 건설계획이 포함돼 있다.

일본 중기.운수업 관계자 등이 결성한 '시베리아철도 국제화 정비추진기구' 준비위원회는 오는 9월 러시아 연방의회 주최로 이르쿠츠크에서 열리는 '바이칼 경제포럼' 에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일본측은 타타르 해협을 건너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통과하는 콤소몰스크나아무르까지의 구간만 새롭게 철도를 깔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기존 철도를 활淪磯?

이렇게 되면 한반도를 거치지 않고도 일본 혼슈(本州)에서 직접 시베리아 철도를 거쳐 유럽 대륙과 중국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권원순 교수는 "일본의 독자노선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부산과 광양항으로 몰릴 동북아 물동량이 일본측 항구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며 "한반도 노선이 일본의 독자노선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관련 인프라에 대한 국제투자를 유치, 처음부터 국제자본이 참여하는 다국적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일본측 계획이 실현되면 현재 배편에만 의지하고 있는 일본~유럽 및 일본~러시아간 화물수송량의 30% 정도를 철도가 분담할 수 있어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개발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공사의 최대 난관은 소야 해협 구간 터널이지만 일본은 혼슈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를 잇는 길이 53㎞ 세이칸(靑函)터널을 건설한 경험을 갖고 있어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측 타타르 해협은 스탈린의 지시로 터널 건설에 착공했다가 중단된 상태로 남아 있어 기존설비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준비위원회는 총 공사비로 1조엔(약 11조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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