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는 말미다. ‘푹 익은 감자에 쇠고기도 넣었군. 그렇다고 방귀는 뀌지 말게. 세상 뒤집어지는 모습 한번 보자꾸나(土豆燒熟了, 再加牛肉, 不須放<5C41>, 試看天地飜覆)’
1964년 4월 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흐루쇼프가 “공산주의는 쇠고기 감자 요리 한 접시를 필요로 한다”며 이른바 ‘복리 공산주의’를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치는 말이다. 시가 나온 뒤부터 ‘쇠고기 감자’는 중국에서 ‘슈쑤(修蘇-소련식 수정주의)’의 대명사가 된다. 누구도 감히 쇠고기 감자 요리를 먹지 못했다. 세상은 변했다. 후원(胡溫-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체제가 추진 중인 신정(新政)은 분명 복리 공산주의다. 최저생활을 보장한 디바오(低保), 공공재의 농촌 집중을 겨냥한 샤샹(下鄕) 정책 등 여러 사례가 있다.
복리를 강조하면 인민이 중요해진다. 최고지도층의 인민 챙기기가 자연 각별해지는 이유다. 대표 주자는 원 총리다. 원 총리는 새해 1일 폭설과 영하 28도가 넘는 혹한을 뚫고 동북으로 날아가 다칭(大慶) 유전을 찾았다. ‘고난도 죽음도 두렵지 않다(一不<6015>苦, 二不<6015>死)’는 구호로 유명했던 곳이다. 원 총리는 한파와 눈바람을 넘어 시추 기술자의 손을 잡았다. 이들과 어깨를 맞대고 감자닭고기찜, 두부배추조림, 유채볶음 3찬을 놓고 밥도 먹었다. 지난해 춘절(春節) 기간에는 폭설로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막혀 귀성객 수십만 명이 역 대합실 등지에서 이틀씩 밤을 지새웠다. 원 총리는 사흘 내내 후난·후베이·광저우의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을 돌며 “여러분께 죄송하다. 열심히 복구 중이다. 조금만 참아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치고 상처받은 인심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 순간 중국의 ‘행복 GDP’는 쑥 올라갔을 것이다.
4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연설 항목엔 100년 만의 눈폭탄에 짓눌린 민심은 없었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럴 땐) 지하철을 타면 된다”고 했을 뿐이다. 지하철도 속수무책인데 말이다. 피난민처럼 눈길을 걸어 출근한 시민들이 이 말을 어떻게 들었을지 궁금하다.
진세근 탐사 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