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7명 남태평양 외딴 섬…남성 7명'무더기'성폭행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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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태평양 외딴 섬 피트케른(Pitcairn)의 요지경 성풍속이 법정에 서게 됐다. 30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령인 이 섬 거주 성인 남성의 절반인 7명이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게됐다. 섬의 전체 주민은 47명.

이 섬의 성폭행 관행은 1999년 영국 경찰이 속령 외딴 섬들을 순회하던 중 포착했다. 10대 초반의 소녀에 대한 섬 남자들의 성폭행이 수십년간 계속돼온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민대표인 스티브 크리스천(53). 그는 이 섬에 처음으로 자리잡은 선상 반란세력의 지도자였던 플레처 크리스천의 직계후손이다.

크리스천은 1789년 영국 해군소속 바운티호(號)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킨 다음 타이티에 있던 여성들을 아내로 삼아 데리고 이 섬으로 숨어들어 정착했던 집단의 지도자다. 그의 직계후손 스티브는 여전히 215년 전의 전통에 따라 섬을 지배하는 실권자다.

그는 1964년부터 75년 사이 12살 소녀 2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아들도 함께 기소됐다.

임시법정이 열리는 때에 맞춰 섬에 사는 여성들이 29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우리 섬의 오랜 전통이다. 섬에는 다른 오락 수단이 전혀 없다. 우리는 섹스를 오락으로 어려서부터 즐겨왔다. 어느 여자도 자신의 의견에 반해 섹스를 강요당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며 성폭행 남성들을 두둔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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