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블루 37。 2' 무삭제판 19일 재개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외설 혹은 너무 길다는 이유로 가위질한 영화가 무삭제판으로 다시 개봉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대부분 그대로 잊혀져 간다.

국내 무삭제판 재개봉 사례는 '시네마천국' '레옹' 정도가 손꼽힌다.

19일 무삭제로 재개봉하는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베티블루 37。2' 는 베아트리체 달의 파격적 연기와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원래 3시간5분짜리로 1986년 개봉 당시 프랑스에서도 상업주의와 검열 때문에 뭉텅이로 잘려 2시간 버전으로 개봉됐다. 그 후 온전한 모습을 찾기까지 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국내에서는 러닝타임 1시간40분으로 국내 상영됐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장면과 지나친 노출 장면을 1시간 반 가까이 들어낸 것.

그래서 감독의 영상과 화제가 된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그저 기괴한 사랑을 그린 난해한 영화란 게 일반인들의 평으로 남아있다.

1시간이나 자른 영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이번 무삭제판에는 영화 도입부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잡아낸 베티(베아트리체 달)과 조르그(장 위그 앙글라드)의 3분 가량의 정사 장면이 복원된다.

또 베티가 타자기로 조르그의 소설을 다 치고 난 후 펼치는 긴 정사 장면, 슈퍼의 여주인이 조르그를 유혹하며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 그리고 베티가 피아노를 치는 대목 등 1분 내외로 삭제된 곳을 제외하더라도 복원되는 곳은 줄잡아 스무 장면이 넘는다.

국내 개봉 당시 잘렸던 부분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더 많은 얼굴 표정과 태도, 되살아난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특히 등장인물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가 문화적 차이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복원된 정사장면도 최근 노출 장면이 많은 국내 개봉작에 비해 지나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감각적인 베드신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다만 성기나 음모가 보이는 곳은 안개 처리해 상영할 예정이어서 관람의 집중도를 해칠지도 모른다.

영화 '베티 블루 37.2' 는 남부 프랑스의 휴양지에서 방갈로를 관리하는 조르그 앞에 강렬하고 육감적인 외모만큼이나 예측불허의 성격을 지닌 베티가 찾아오며 나누는 숨막히는 사랑이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그 사랑이 지나쳐 베티는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자해까지 하며 파멸의 길에 이르는데 그런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조르그의 모습이 눈물겹다.

우울한 블루의 느낌이 지배적이고 단조의 피아노 음이 파격적인 사랑과 맞물려 인상적이다. 86년 세자르상 8개 부문,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신용호 기자

섹스와 광기가 주조지만 해질녘 해변을 비출 줄 아는 영화다.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장면 장면 이미지로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끄집어 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