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010년에 놓치면 안 될 것- 정치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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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10년을 맞아 선진화라는 국가 목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가를 업그레이드시켜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원래 정치는 이런 행진에 중심적인 추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추동력은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깝게 1987년 민주화 이후만 보더라도 각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유독 정치만 날로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중심지대의 선진국치고 정치가 이렇게 원시적인 나라는 없다. 정치개혁은 2010년의 첫 번째 숙제가 되고 있다.

정치개혁은 크게 세 줄기로 진행되어야 한다. 의회민주주의 구현, 국회의원의 헌법기관 권위 회복, 그리고 국회·정당의 비효율 제거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다. 소수의 의견개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최종 결정은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 다수결은 투표로 완성되므로 투표가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 한나라당은 ‘국회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국회 폭력에 대해 징역·벌금·의원직 박탈 등의 엄벌을 규정한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장의 요청이 있으면 경찰력을 국회 본청 안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형오 의장은 “점거에 맞서 질서를 유지하려 해도 국회 방호원 60여 명으론 불가항력”이라고 하소연한다. 경찰력 동원은 효과적인 방책이 될 수 있다. 설득과 양보, 토론과 협상, 결정과 승복의 선진 정치문화를 꽃피우려면 무엇보다 난장판 국회의 단초가 되는 투표 방해 행위부터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헌법에 규정된 헌법기관이다. 그런 존재가 당 지도부의 명령에 따라 국회를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마치 용역회사 직원 같다. 미디어법·예산안·4대 강·노동법 같은 현안에 합리적 소신을 갖고 있어도 당론의 쓰나미에 휩쓸린다. 의원이 부속품 같은 처지가 된 것은 그들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천권을 정권의 권력자나 당 지도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천제도 개혁은 정치개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밀실·권력 공천’이 개방형 공천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선이 부작용이 많다면 외부의 전문가·시민과 일반당원이 참여하는 공천심사단 같은 제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선 국회법을 확 바꿔야 한다. ‘벼락치기’ 국감이나 ‘호통형’ 대정부 질문 같은 후진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국감을 정기국회가 아니라 임시회 기간 중 자유롭게 하도록 되어 있다. 법안이 일정기간을 지나면 자동 상정되고 의원들이 원(院) 구성을 회피하면 세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국회는 이런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세종시 수정이나 지방선거에 밀리면 국회 개혁은 또 시기를 놓치게 된다. 국회 개혁은 이런 현안들과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 활동시한은 2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그 기간 내에 개혁작업을 마쳐야 한다. 그래서 다음 국회의장부터는 의장이 의장석에 앉아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