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시계차고 골프땐 번개 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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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빗속에서 라운딩을 강행하던 골퍼가 낙뢰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지난 6일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3시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무주리조트 골프장에서 후배 교수와 부부동반 골프를 치던 J대학교 鄭모(61)교수가 번개를 피하려고 나무 밑으로 가던 중 일어났다.

이 사고로 鄭씨는 사망하고 함께 있던 陽모(30)씨 등 캐디 두명도 벼락을 맞고 정신을 잃었으나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깨어났다.

골프장 낙뢰사고는 국내에서만 해마다 서너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한데 평탄한 대지 위에 우뚝 서 있는 골퍼는 벼락의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골프채는 대부분 부도체이기 때문에 실제 낙뢰는 목걸이나 혁대 장신구.시계 등 금속성 물체를 통해서 일어난다.

낙뢰는 고전압이지만 수백분의 1초 사이에 이뤄지는 순간적인 방전현상이므로 실제 체내에 흐르는 전류는 적다.

따라서 야외에서의 낙뢰는 감전사가 아닌 쇼크사로 보면 된다. 심장이나 폐 기능이 일시적 전기충격으로 멎는 것이다. 고령자에게서 낙뢰 희생자가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응급조치법은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세게 몇 차례 때려주거나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것. 무엇보다 고령골퍼의 경우 날씨가 궂은날 골프를 피하고, 낙뢰를 유도하는 금속성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또 낙뢰가 심할 땐 나무 아래나 자동차 안보다 바닥에 쪼그려 앉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전주〓장대석 기자,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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