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고속철·지하철 역사 32% 장애인 접근조차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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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 1급의 이광섭(33.서울 방이동)씨는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역 부근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 이마 위쪽에 44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당시 서울역 광장에 있던 이씨는 지하철 4호선을 타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바로 갈 수 있는 횡단보도나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1호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표소로 내려가 4호선으로 가는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경찰은 리프트가 이상 작동했는지, 이씨가 리프트를 잘못 작동했는지 조사 중이다.

지하철과 철도역의 장애인 관련 각종 편의시설이 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실제로 전철이나 기차를 이용하기엔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장애인들과 함께 직접 실험.조사한 결과 출입구에서 승강장까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역사 수가 지하철과 철도역 총 814곳 가운데 552곳이라고 30일 밝혔다.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경사로 등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 출입구~매표소~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역사가 전체의 67.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엘리베이터보다 휠체어 리프트가 많이 설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김도현 정책교육국장은 "리프트는 수동 휠체어 이용자를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규격이나 하중 면에서 훨씬 크고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에겐 매우 위험하다"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역사가 늘고 있지만 건널목이나 환승용 엘리베이터 등 연계 편의시설의 미비로 중증 장애인들은 여전히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궁화호급 이상 열차가 서는 역사 282곳과 고속철역 19곳, 지하철 513개 역을 살핀 이번 조사에선 또 점자블록과 승강장 양끝의 추락방지용 난간 설치율이 각각 46.9%, 46.7%, 장애인 화장실의 유효면적을 확보한 곳이 76.7%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건설교통부와 철도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보완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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