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단 방북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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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방북하는 언론사 사장단은 평양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공식 초청으로 평양 땅을 밟는 첫 사례다.

그만큼 언론교류 문제는 남북의 화해.통일 과정에서의 첫 단추인 셈이다. 북측도 이런 생각에는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과 언론학자들은 이번 방북이 그동안의 불신과 반목(反目)을 탈피해 화해.교류협력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15공동선언 후속조치로 8.15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京義線) 철도 복원이 이행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언론교류도 구체적인 접점을 찾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방북의 형식.일정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남한 언론에 대해 아직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북한측의 입장을 감안해 대승적(大乘的)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나보지도 않고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4일 한국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공동 발표문에서 "방북단은 북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물으면서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을 위해 우리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심도있게 검토할 것" 이라고 밝힌 점은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남북간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상호교류 움직임이 있어왔으나 일방적인 제의나 정치선전 차원에 머물러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97년 남한 언론사론 최초로 '북한문화 답사단' 을 파견해 남북 언론교류의 첫 발을 내디뎠다.

특히 국민의 정부 들어 98년 8월에는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사장(현 회장)이 방북, 노동신문과 기사교류 등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회장(98년 9월) ▶한겨레 권근술(權根述)사장(98년 10월) 등 언론사 대표들의 개별 방북이 이어졌고, 경향신문과 MBC가 남북 문화정보화 사업.TV프로그램 공동제작 등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사장단 방북을 계기로 해 그동안의 개별 언론사간 교류는 언론단체간 교류로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북 언론사가 소속된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차원의 협력사업은 물론 앞으로 한국기자협회나 언론노동조합연맹 등의 사업추진도 줄을 이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 전체에 적대감을 보이던 북한도 지난달 장관급 회담부터는 "(남측 언론의)태도가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 고 말하는 등 전례없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언론교류는 어느 개별사의 몫이 아니라 남북통일과 민족통합의 디딤돌을 놓는 공동작업이란 인식을 갖고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할 '모두의 사업' " 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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