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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타이거 우즈 과잉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타이거 우즈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천재 골퍼다. 우즈는 그가 활약하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신문의 스포츠 면을 거의 매일 장식할 정도로 최고의 스타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얼마 전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해 그랜드 슬래머가 된 이후로는 그가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는 기사들이 연일 게재되었다.

우즈는 매스 미디어에 의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골프 영웅으로 묘사되어 왔으며 이는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극에 달했다. 한국 언론들도 이에 뒤질세라 앞다투어 우즈의 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기사로 다루었다.

중앙일보는 7월 20일부터 26일까지 18건 이상의 타이거 우즈 관련기사를 자세히 다뤘다. 기사의 제목만을 살펴보아도 내용이 우즈에 대한 찬사일색임을 알 수 있다.

'우즈의 전성시대' '신기록 행진 이제 시작' '우즈는 불가사의 인물' '브리티시 오픈에서 샷마다 신기록' '최연소 그랜드 슬램' '최연소 천하통일 위업' '우즈 초반부터 포효' 등의 제목으로 우즈를 센세이셔널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대회기간 중 그의 행적과 기록을 매일같이 보도한 것은 물론이고, 우즈의 여자친구가 누구인가 하는 것까지도 양념으로 곁들여 소개하면서 타이거 우즈야말로 불세출의 스타임을 잘 보여주었다.

*** 스포츠 마케팅 경계해야

그런데 이처럼 우즈가 골프 영웅으로 등장하게 된 데에는 그의 탁월한 재능 이외에도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요인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즈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경제적 논리의 결정체다.

스포츠 마케팅은 무엇보다도 여러 이벤트를 통해 해당 스포츠인을 친근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즈의 기사를 보면 실제로는 이방인인 그가 박세리나 박찬호 등과 같이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와 순진해 보이는 미소 이면에 그를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과 이에 부응하는 미디어의 극적인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

정확히 어떠한 구체적 마케팅 전략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잘 알 수 없으나 스포츠 마케팅의 목표는 언론을 통해 그 스타의 친근하면서도 영웅적인 이미지를 한껏 부풀려서 그로 하여금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게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신문들이 우즈를 과도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 독자들 관심도 고려해야

스포츠 분야가 각 일간신문에서 하나의 독립된 섹션으로 구성될 만큼 스포츠 뉴스는 신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스포츠 섹션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 연일 보도된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외국에 진출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소식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사거리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타이거 우즈에 관한 기사는 이러한 뉴스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때로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면 신문이 그의 우승 소식을 계속 보도하면서도 우즈라는 실체의 이면에 어떤 경제 논리가 있는가 하는 점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이 우즈에 대해 보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즈에 대한 뉴스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골프계에 유색인 골퍼들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 있어서 우즈는 과연 무엇인가. 우스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우즈가 우승해서 한국의 주가가 올랐다거나 국민들의 건강이 증진되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비록 우즈의 우승 소식은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호재이기는 하지만 과연 독자들이 그에 대한 과잉보도를 원하는지 의심스럽다.

우즈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윤 극대화를 위한 치밀한 월드 마케팅 전략에 우리 언론이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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