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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두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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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4일 문을 여는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Burj Dubai). 한국형 원전을 도입하는 아랍에미리트에 세워지고 삼성물산이 건설에 참여한지라 한국인의 관심도 각별하다. 흥미로운 것은 시행사인 에마르가 홈페이지에 ‘800m 이상, 160층 이상’이라 밝힐 뿐 정확한 높이와 층수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다.

에마르조차 정확한 높이를 모를 수 있긴 하다. 건물이 날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콘크리트를 사용해도 건물은 엄청난 무게 때문에 건축 기간 도중과 완공 이후 쪼그라든다. 이른바 ‘수직변위’다. 54만t에 달하는 버즈두바이는 완공 후 65㎝ 정도 낮아질 것이라 한다. 더 설득력 있는 풀이는 궁금증을 유발해 극적 효과를 높이는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도라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 높이의 비밀을 풀기 위해 그림자의 길이를 재겠다거나, 특정 지점에서 꼭대기를 잇는 선과 지표면이 이루는 각을 측정해 삼각함수로 높이를 계산해 내겠다는 이들까지 나타났다고 하니 말이다.

미국에선 흔히 초고층 건축물도 높이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높이 100~199m는 하이라이즈(highrise), 200~299m는 스카이스크레이퍼(skyscraper), 300m 이상은 수퍼톨(supertall)이다. 국내 건축법시행령은 초고층 건축물을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로 정의하고 있다. 높이 측정 기준도 여러 가지다. 일반적 기준은 주출입구가 있는 지표면에서 구조물의 꼭대기까지의 높이, 즉 안테나를 제외한 최상부 높이다. 물론 안테나를 포함한 높이, 관리층을 제외한 실내층의 높이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키 큰 건물은 실속이 있을까. 버즈두바이의 한 층 높이(층고)는 평균 5m 정도다. 한국 아파트의 2.7m 남짓과 비교하면 거의 2배다. 배관 설치 공간 등이 더 필요해 층고가 높아지는 것이다. 당연히 건축비도 더 든다. 그렇지만 흉내내기 어려운 초고층의 상징성과 대표성은 그런 약점을 일거에 덮고도 남을 매력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초고층 빌딩의 신축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엔 요소·시공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볼 기회다. 국내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초고층에 도전하는 건설사가 늘어난다면 초고층 기술은 또 하나의 차세대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 한국인의 손으로 세계의 초고층 건물들을 우뚝우뚝 세울 날을 기대한다.

허귀식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