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붙는 북한-일본 수교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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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쿄〓오영환 특파원]북.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6일 방콕에서 사상 처음으로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9월말 제10차 수교교섭을 진행하고 과거청산 및 새 선린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남북 분단 이래 양측 최고위급간 합의문인 데다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어 북.일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 의욕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나와 무게가 한층 더하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일본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로 가려는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고,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金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자금 지원이 절실한 북한과 외교적 단절상태에 있는 북.일관계를 타파하려는 일본측 입장도 관계 개선의 전망을 낳게 한다.

대북 관계개선을 하려는 일본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다.

모리 총리는 27일 "수교를 위해선 보상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고 말했으며 양측 관계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조만간 추가로 식량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관방장관은 이날 수교 교섭의 진전을 봐가면서 식량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식량지원이 이뤄지면 이는 올 3월에 이뤄졌던 10만t 쌀지원에 이어 두번째 대규모 물량지원이 된다.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북한지원기금 설립을 검토 중인 것도 대화 분위기 조성의 하나로 보인다.

양측 사이엔 그러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과거청산에 따른 북한의 대일 청구권 문제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은 대사급 수교 협상과정에서 타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 두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맞불 카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로선 부쩍 세를 불린 일본 보수층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당장 자민당 내 우파들은 '납치 문제' 의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대북 식량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양측의 관계 정상화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대사급 협상보다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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