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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쌓인 숙취 해소엔 생대구탕 한 그릇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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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 눈이 내리는 겨울엔 대구가, 비가 내리는 봄엔 청어가 많이 잡힌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대구는 산란기인 12월∼이듬해 2월이 제철이다. 봄이 되면 기름기가 쏙 빠져 맛이 떨어진다. 대구(大口)라는 이름은 입이 크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서 부르는 이름은 구어(口魚)다. “구어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氣)를 보(補)한다”고 쓰여 있다. 입이 크니 자연히 머리도 크다. 별명이 대두어(大頭魚)다.

대구는 겨울에 알을 낳기 위해 동해와 남해 연안의 얕은 바다로 회유한다. 한때는 영일만·진해만이 주요 산란지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탓인지 1990년대 이후 진해만에서 구경하기 힘든 생선이 되었다. ‘금대구’라는 말은 이때 생겼다. 치어를 대량 방류한 뒤 지금은 진해·거제 앞바다에서 제법 잡힌다.

대구는 흰살 생선이다. 지방 함량(100g당 0.5g)이 낮아 맛이 담백하다. 글리신·글루탐산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도 난다. 그래서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별 거부감 없이 먹는다. 이유식·환자식·노인식으로도 그만이다. 대구로 만든 젓갈도 기름기 적고 국물이 탁하지 않아 김장용으로 널리 쓰인다. 흰살 생선답게 열량도 낮다. 다어어트 중인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100g당 열량이 80㎉로 같은 무게의 명태(80㎉)나 단감(83㎉) 수준이다.

대구는 회로는 잘 먹지 않는다. 넙치·도미 등과 달리 살이 부드럽고 잘 상해서다. 그래서 살아있는 것만 횟감으로 쓴다. 대신 탕·뽈찜·목살찜·소금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이용된다.

예부터 대구탕은 애주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맛이 시원해서 술 마신 다음 날 먹어도 별 부담스럽지 않고 숙취 해소에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우리 선조는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도 대구탕을 끓여 주었다. 대구뽈찜·대구뽈탕은 대구 머리를 이용한 음식이다. 대구 머리엔 콜라겐·젤라틴이 풍부해 맛이 쫀득하다. 한방에선 콜라겐을 관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본다. 대구살보다 대구뽈이 더 비싸고 맛이 나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내장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탕요리를 할 때 대개는 내장을 넣는다. 단 배를 가를 때 쓸개를 건드리면 안 된다. 쓸개가 터지면 쓴맛 탓에 먹기 힘들다.

대구는 버릴 게 거의 없다. 눈알은 영양가가 높고 맛이 뛰어나 고급 요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알과 간도 유용하다. 명란젓(원래는 명태 알로 만든다)의 원료이기도 한 알엔 ‘회춘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하다. 알이 든 채로 말린 통대구를 진해에선 약대구라 부르는데 훌륭한 술안주 감이다. 간엔 살과는 달리 지방이 많다. 간에서 추출한 간유(肝油, 참치·상어의 간에서도 얻는다)는 영양제로 요긴하게 쓰인다. 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A, 칼슘의 흡수를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비타민 D가 풍부해서다.

약점은 근육이 너무 연해 선도(鮮度)가 빨리 떨어진다는 것. 오래 보관한 대구로 탕·찜 등을 하면 끓일 때 국물에 거품이 많아진다. 이 거품은 필히 건져내야 잡맛이 적다. 가급적 생대구로 탕·찜·구이 등 조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관이 불가피하다면 한 토막씩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냉동 보관한 것도 가능한 한 일주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냉동 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 나오는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대구는 배 부분을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놈이다. 몸통은 푸른 빛이 돌며 아가미는 선홍색인 것이 상품이다. 외양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반듯한 게 좋다. 비린내가 심하게 나거나 어두운 적갈색을 띤 것은 잡힌 지 오래된 것이기 십상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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