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 소통 강화로 민족적 활로 모색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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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명박 정부의 집권 3년차가 되는 2010년은 남북관계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우리는 전망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와 북한이 처한 현실이 더 이상 현상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어제 노동신문 등 3개 신문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이러한 상황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공식 신년사에 해당하는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주민생활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단행된 화폐개혁에 따른 경제·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체제 구축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다독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일 것이다.

대남정책과 관련, 공동사설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로 나올 것을 남한 정부에 촉구했다. 절박한 내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지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실리적 판단 때문이겠지만 예년과 달리 도발적·호전적 언사를 삼간 채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소통 강화를 신년 국정연설의 핵심 화두 중 하나로 삼을 예정이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새해 업무보고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수준의 대화 용의를 표명했다. 남과 북은 창의와 유연성을 바탕으로 지난 2년의 경색 국면을 해소하고,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변화의 모멘텀을 잘 살려야 한다.

역시 최대 걸림돌은 북핵이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별개로 보는 북한과 달리 우리 정부는 비핵화의 진전과 관계 개선을 연계시키고 있다. 비핵화 우선 원칙은 고수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대화를 비핵화와 연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수준에서든 남북이 소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핵화 문제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진전은 물론이고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다. 북한도 공동사설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밝혔다. 비핵화보다 평화체제가 우선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 목의 가시처럼 걸리긴 하지만 북한도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그 틀 안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구조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은 역사의 눈으로 중국의 부상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심화된 북한 체제의 중국 의존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마음을 열고 민족적 활로를 고민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