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찾는 10대들 화두는 '드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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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번지 드롭 타 봤어?"

"샷 드롭과 비슷하던데. "

"자이로 드롭이 '짱' 이야. "

요즘 놀이공원을 찾는 10대들의 화두는'드롭' 이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홈페이지에는 바로 전날 개장한 새 놀이시설 번지 드롭을 타본 네티즌의 소감이 하루만에 1만건이나 쏟아졌다.

이들이 말하는 '드롭' 이란 순간 낙하운동에서 착안한 놀이시설. 26층 높이(78m)에서 순식간에 떨어지는 자이로 드롭(롯데월드)을 비롯해 샷 드롭, 스카이 X(이상 서울랜드), 번지 드롭(롯데월드), 스페이스 샷(드림랜드.현재 운영 중단)등 '추락하는' 시설들이 최근 놀이 공원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놀이공원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여전히 최고 인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매직 마운틴이 첨단 행잉코스터인 '배트맨' 공사를 위해 1억달러나 쏟아붓는가 하면 이색적인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한 행렬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제 롤러코스터는 예전만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롤러코스터가 처음 개발된 것은 1백여년 전. 10대들 표현을 빌리면 '구리다(낡았다)' 고 할 만한 세월이 지났다.

지난 23일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그동안 벼르던 자이로 드롭 탑승을 '결행' 한 한 여중생은 "드롭이 제일 재미 있고 바이킹, 롤러코스터 순서예요" 라고 말했다.

"짧고 깨끗해요. " , "순간적으로 짜릿해요. "

10대들이 '드롭' 에 몰리는 것은 참신하고 '지지부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롭' 은 올라가 떨어지기까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시설마다 재미를 위해 약간씩 변형은 있다.

자이로 드롭은 40명이 둥글게 앉은 원반 모양 좌석대가 돌면서 천천히 올라간 뒤 단 한 차례 '아찔하게' 떨어진다.

샷 드롭과 번지 드롭은 20~24명이 앉은 네모꼴 좌석대를 지상 40~50m까지 끌어 올린 뒤 숨돌릴 틈도 없이 번지 점프처럼 2~3회 상승, 하강을 반복한다.

어느 경우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하강은 2초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머리칼이 곤두서는 이 짧은 자유 낙하가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탑승자들이 길면 두 시간씩이나 줄을 서 기다리는 것도 찰나의 절정을 위해서이다.

롤러코스터는 '드롭' 보다 탑승시간이 두 배 이상 길고 '스토리' 도 있다.

탑승도중 거꾸로 공중제비(〓루프)를 도는가 하면 꽈배기처럼 비틀려 나가고(〓콕 스크류), 낙타등처럼 구불구불한(〓카멜) 동작을 합성시켜 완성되는 롤러코스터는 소설로 치면 장편이다.

이에 비해 복잡한 과정 없이 그냥 올라갔다 떨어지는 '드롭' 은 단편보다도 짧고 인상적이다.

기승전결이 아닌 시작과 끝만 있고 타고 나면 삼행시처럼 썰렁하다. '드롭' 에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그것도 10대 초반이 많이 몰린다.

긴 행렬 속에서 재잘거리던 중.고등학생들은 막상 자기 차례가 되면 운동화를 벗고 고운 맨발로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꼬옥 맨다.

낙하시 신발이 벗겨지지 않기 위해서지만 몇 초 후 찾아들 '그때' 를 맞기 위한 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놀이공원에서 드롭은 수지맞는 장사다. 쓸만한 수입 롤러코스터 1㎞를 꾸미는 비용이 1천만달러(약 1백15억원) 안팎인데 비해 '드롭' 은 40억~90억원대다.

한 번 탑승 비용은 롤러코스터와 '드롭' 이 비슷(중고생 기준 3천5백원선) 하지만 운행시간은 '드롭' 쪽이 훨씬 짧다. 이래저래 '드롭' 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함께 만족시키는 셈이다.

서울랜드 길병은차장은 "언뜻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시설 자체가 고가의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놀이공원측에서 하루 3~4차례씩 안전 점검을 실시하므로 마음놓고 즐길 수 있다" 고 말한다.

임용진 기자

<'드롭' 100배 즐기기>

▶높이 : 번지드롭 40m, 샷드롭 52m, 자이로드롭 78m

▶하강시 최대 체감 속도.중력 : 시속 70~80㎞. 중력은 평소의 3~4배ㅁ

▶줄서기 싫으면 : 평일 아침 10~11시가 가장 한적

▶줄서기 지치면 : 먼저 탑승한 사람들의 표정과 괴성을 감상한다.

▶세계 최고 : 일본 요코하마시 하케이지마(八景島)소재 '시 파라다이스' 공원의 드롭시설인 '블루 폴' 은 높이 1백7m.

▶야간 개장 : 여름철에는 밤11시까지. 그러나 자이로 드롭은 이용객이 비명을 질러대 이웃 아파트 주민의 항의로 밤9시까지.

▶제대로 즐기려면 : 될 수 있으면 호수등 시야가 트인 쪽으로 탑승한다. 경관이 좋을 뿐더러 하강시 물속에 빨려드는 듯해 '아찔' 효과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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