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희(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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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기쁜 일 만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人逢喜事精神爽)’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이 쓰는 말이다. 희사(喜事)는 보통 혼사(婚事)를 일컫는다. 결혼만을 일컬을 때는 홍희사(紅喜事)다. 천수를 누리고 이승을 떠나는 이를 보내는 장례는 백희사(白喜事)다.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했다.

희주(喜酒)는 결혼 혼례 때 참석해 마시는 술이다. 중국에서는 술도 술이지만 사탕 등을 나눠 주면서 희당(喜糖)이라고 한다.

영어를 중국어로 가장 잘 옮긴 말로는 코카콜라(可口可樂)를 꼽는다. ‘입에 딱 맞아 즐겁다’는 뜻이니 발음이 비슷한 데다 의미까지 훌륭해 그만이다. 그에 비견되는 표현이 있다. 호텔 힐튼의 중국어 표현 ‘희래등(喜來登)’이다. 발음도 얼추 비슷하고, 뜻은 ‘기쁨이 찾아온다’다. 호텔에 드는 손님들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과거 결혼식장에 자주 내걸던 글자가 있다. 희(囍)라는 글자다. 기쁠 희라는 글자 두 개를 이어 붙였다. 기쁨이 배로 다가오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찾아든 반가운 소식을 알린다는 존재는 까치다. 새벽 아침에 집 앞 나무에 올라앉아 기쁜 소식의 도래(到來)를 예고하는 까치는 그래서 희작(喜鵲)이다. 천수답(天水畓)에 기대 농사를 지어야 했던 예전의 생활에서 가뭄 끝의 단비는 희우(喜雨)다. 정자를 지었을 때 단비가 내려 이름을 얻은 희우정(喜雨亭)에 관한 이야기도 이래저래 전해져 오고 있다.

기쁨을 뜻하는 희(喜)는 사람이 갖고 있는 칠정(七情)의 선두다. 유교의 경전인 『예기(禮記)』에 따르자면 그렇다. 그 뒤로 노함(怒), 슬픔(哀),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惡), 욕심(欲)이 등장한다.

기쁨이란 뜻으로 함께 쓰이는 글자로는 환(歡)과 흔(欣), 쾌(快), 유(愉), 열(悅) 등이 있다. 이들을 서로 조합하면 환희(歡喜), 유쾌(愉快), 흔쾌(欣快), 희열(喜悅) 등의 단어로 발전한다. 기쁨이라는 뜻을 담아 다 좋은 말들이다.

하늘의 계시를 뜻하는 보일 시(示)와 기쁠 희 자를 섞으면 ‘희(禧)’다. 새해 연하장 등에서 자주 보는 글자다. 행복과 기쁨을 뜻한다. “공하신희(恭賀新禧).” 공손한 마음으로 전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이다. 독자들께 올리는 새해 인사다.

유광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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