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옹고집들' 주최 테마여행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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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3일 오후. 지리산 백무동 계곡(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첫나들이 폭포. 등산객 30여 명이 계곡물에 장미꽃을 띄워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지리산 연구모임 '지리산 옹고집들' 이 실시하는 지리산 테마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날 주제는 '지리산의 소(沼)와 폭포를 찾아서' .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수락폭포.구룡폭포.심원계곡.달궁계곡 등을 답사한 뒤 이곳까지 왔다.

이 모임은 지난 2월부터 매달 한 두 차례 지리산을 주제별로 답사하는 '지리산 테마여행' 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9번째. 서울.부산.대구 등에서도 참가할 정도로 인기다.

이 모임은 ▶샘물 마시기▶빨치산 루트 답사▶멋진 바위 기행▶거목.고목 만나기▶호랑이.반달곰 흔적 찾기▶나물산행▶야생화 관찰▶산삼 캐기 등 1백여 가지의 주제로 답사를 하고 있다.

이 모임은 지리산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목적으로 1994년 3월 결성됐다. 회원은 서부경남 지역의 대학교수.교사.산악인.공무원 등 1백여 명.

연구.답사 결과는 등산 전문지등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리산에서 샘 10여 개를 찾아내 등산 전문지에 '지리산의 신비로운 샘'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세석고원 촛대봉 아래서 찾아내 '청학 연못' 이라는 이름을 붙인 샘은 세석고원에 사람이 살았던 사실을 입증하는 귀중한 흔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빨치산 유품 찾기와 빨치산 루트답사는 빨치산들이 비밀문서를 솥 단지에 넣어 바위틈에 숨겨 놓았다는 소문을 확인하는 작업. 97년 6월에는 마근담 계곡(산청군 시천면 사리)에서 탄피를 찾아내기도 했다. 경남도는 이 작업에 힌트를 얻어 빨치산 루트를 관광지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지리산의 전설을 확인하려는 작업도 시도되고 있다. 98년 9월에는 삼신봉 뒤 바위에서 '鄭거지' 가 쌓은 석축을 찾아냈다.

지리산의 이상향(理想鄕) '청학동' 을 찾는 작업은 KBS.MBC 등에 크게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옹고집들은 오는 9월부터 지리산 12개 주요 계곡의 발원지를 찾는 탐사를 시작한다. 지리산의 맑고 시원한 계곡의 근원을 찾아내 보존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인터넷에 지리산 관련된 산악회.연구모임.동아리 활동을 소개하는 포털사이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 산악인 출신인 성락건(成樂建.55)대표는 "지리산을 스포츠의 무대가 아닌 정신과 영혼을 살찌우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 며 "힘들게 오르는 등산 대신에 재미있게 즐기는 지리산의 모습을 알리려고 한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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