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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방의회] 충남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2년동안 충남도의원 36명중 도정(道政)질의를 단 한차례도 하지 않은 의원이 전체의 42%(15명)나 됐다. 지방의회에 왜 진출했는지 까닭을 궁금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산적한 현안을 팽개치고 호화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시민단체의 집단반발을 사는가 하면,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지방의원 비리사건으로 인해 주민들은 극히 냉소적이다.

물론 지방의원들이 놀고 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도의원 36명이 민원현장을 방문한 횟수는 2백21곳. 1주일에 한번이상 현장으로 달려간 셈이다.

일부 의원의 '출세했으니 누려보자' 식 행태로 인해 나름대로 열성을 보인 의원들까지 무더기로 매도당하고 있다는게 시민단체들의 시각이다.

◇ 암(暗)〓아산시농민회 소속 농민 20여명은 지난달 12일에 이어 지난 18일부터 아산시의회 의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민들은 농.축.산물 가격 폭락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시의회는 8천여만원의 혈세로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호화 해외연수를 했다" 며 "해외연수 경비를 아산시로 반환하고 의원직을 내놓으라" 고 요구하고 있다.

아산시 의원(재적의원 17명) 15명이 2월22일부터 열흘간 7천6백44만원을 들여 미국의 라스베가스.비버리힐스 등을 다녀온게 농민들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다.

공주사랑시민단체협의회도 지난달 23~28일까지 시의회 의장실에서 호화판 해외연수 항의 점거농성을 한 끝에 "해외연수비용(8천1백만원)중 적정액을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겠다 "는 서면약속을 시의회로부터 받아냈다.

충남도의회 신호균(신호균.57)의원은 지난달 19일 자신이 임시로 보관해 사용중이던 다른 사람의 기계류(1억5천만원상당)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5억원을 대출받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충남도의회 운영비는 41억여원으로 의원(의원정수 36명) 한 사람당 연간 1억1천3백여만원꼴이다. 지방의회 무용론(無用論)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 명(明)〓하지만 "놀고 먹지만은 않았다" 는게 지방의회들의 항변이다. 지난해 8월 충남도내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큰 피해가 나자 도의회는 즉각 '수해확인 및 복구지원특별위원회' 를 구성했다는게 그 일례이다.

실제로 특위 소속 의원 9명은 천안.아산.홍성.당진 등 수해지역을 돌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수해복구지원에 대한 건의안을 채택, 청와대 등 각 부처에 전달했다.

이같은 노력이 뒷바침돼 정부는 이재민구호금.생계비지원.학자금 면제 대상을 2㏊미만 농가에서 5㏊미만으로 확대했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월 전북도 행정자치위원들과 충남도의회에서 모여 양 도 현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대둔산과 백제문화권개발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국도 1호선(논산훈련소~전북여산)4차선 확.포장 공동노력 등에 합의했다.

도의원들은 요즈음 컴퓨터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도의회에서 정보화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 6월 지급한 펜티엄급 노트북 PC로 e메일을 자유자재로 주고받을 정도의 실력은 이미 갖췄다. 다음달 말쯤 여론 수렴을 위한 도의회 홈페이지도 개설된다.

◇ 대책〓지방의회에 애정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관심과 견제 만이 위기에 처한 지방의회를 살릴 수있는 대안" 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안YMCA 진경아(30)간사는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10년도 안돼 성숙되지 못한 반면 주민들은 높은 수준의 의정활동을 기대하고 있어 실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이라고 말했다.

대전 참여자치 금홍섭(33)국장도 "의원활동이 부실하고 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끊임없이 의정활동을 감시, 발전을 기대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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