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누드촌 문닫을 위기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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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로스앤젤레스 인근 토팽가에 있는 누드촌 '엘리지엄 필드' 가 30여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땅 주인이 땅을 팔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이 누드촌은 '거추장스럽게 몸에 걸치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자. 그것이 바로 파라다이스' 라는 모토를 내걸고 에드 랭이 1968년 설립했다.

그는 95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7백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엘리지엄 필드는 미국 서부지역 최대 누드촌이 됐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이 '땅값이 떨어진다'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많다' 는 이유로 시위도 하고 소송도 냈으나 이 누드촌은 그대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아버지인 에드 랭이 숨진 뒤 이 땅을 재산으로 상속받은 두 딸은 매각을 결정했다. 아버지의 철학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필요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연립식 주택과 수영장.정구장 등이 포함된 총 9에이커(약 1만평)의 이 누드촌은 수개월 전 부동산 시장에 이미 매물로 나왔다.

또 암환자 요양원을 차리려는 한 의료단체가 2천6백만달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사기엔 너무 큰 액수다. 회원들은 최근 강한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온갖 난관을 다 이기고 버텨왔는데 창립자의 딸들로부터 쫓겨나게 됐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다.

이 누드촌을 운영하는 회원 대표들은 '이전일 뿐 폐쇄가 아니다' 는 내용의 서신을 회원들에게 보내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들은 샌타 모니카 해변 근처나 말리부 해변 인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키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명소 중 한 곳이었던 누드촌은 어쩌면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에 놓였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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