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젊은 영화인들 지원나선 고은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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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 최대의 영화 배급망을 갖고 있는 서울극장의 고은아(高銀兒.54)대표가 한국 영화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선다.

왕년의 은막 스타로 1997년부터 서울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우리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한국영화 와이드 오픈(wide open) 프로젝트' 로, 시나리오.연출.작품.배우 등 다섯 부문에 걸쳐 역량 있는 젊은이를 모집하고 편당 10~30억원을 들여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사설(私設)영화 사관학교에 해당합니다. 좋은 기획과 작품이 있어도 자금부족으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인재들을 불러 모아 그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

젊은이를 돕는다는 뜻은 좋지만 영화가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조건없는 지원은 아닐 것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실험.단편영화 등을 뒷받침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중감각을 갖춘 프로를 양성할 생각입니다. 극장 경영.영화 제작에서 쌓은 실전 노하우를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처음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일방적인 투자 쪽으로 흐르진 않을 겁니다. "

그는 이번 사업을 한국영화 제작층을 두텁게 하는 전초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는 젊은 영화인들을 단련시켜 일반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인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부터 생각한 일입니다. 다만 그동안은 영화 배급망 확충에 주력했습니다. 하드웨어를 먼저 다지자는 뜻이었지요. 최근 서울극장을 전면 개.보수하고 대구의 중앙시네마도 확장해 서울.부산.대구를 잇는 조직을 완비했습니다. 이젠 소프트웨어 차례입니다. "

영화계 일각에선 이번 기획을 싸고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와 결별하는 전초작업이란 해석도 있다고 물었다.

"오해입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프로야구로 치면 시네마서비스는 1군, 이번 프로젝트는 2군에 해당합니다. 선수가 많아야 좋은 스타도 나오는 법이지요. "

서울극장측은 20일부터 10월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할 영화인을 인터넷(http://www.seoulcinema.com)을 통해 모집한다.

글.사진=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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