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책] 삼성전자 '이봉주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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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을 소재로 한 훈훈한 애니메이션 광고가 등장했다.

이달 초부터 방영된 삼성전자의 기업 광고인 또 하나의 가족 '이봉주' 편은 마라토너인 李선수가 오는 9월 개최될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내용.

2억5천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3차원 애니메이션 기법을 살려 李선수의 캐릭터와 특유의 목소리를 1백% 살리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뒤로 보이는 마라톤 코스. 수많은 관중이 도로를 꽉 메우고 응원하는 가운데 결승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李선수가 흑인 선수를 힘겹게 뒤쫓으며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때 李선수의 귓가에 멀리 고향에서 TV중계를 보며 애타게 응원하는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李선수는 눈이 번쩍 뜨이며 전력 질주,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1등으로 골인한다.

특히 李선수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내는 장면에서 게슴츠레(?)한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지는 장면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박중길 차장은 "애니메이션 광고는 제작기간이 보통 3개월 이상 걸리는데다 수정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푸근하고 친근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광고도 블록버스터(거액을 들여 만드는 대작) 광고 만큼 손이 많이 간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새끼손가락 크기의 5만여 개에 달하는 인형을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고 실제 마라톤 코스까지 답사했다.

특히 李선수의 인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턱수염까지 생생하게 살렸는데 李선수가 최근 새로운 각오로 연습하기 위해 턱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려 제작진들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수염을 기르고 올림픽에 출전키로 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는 후문.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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