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꾼' 들 여전히 증권가서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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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1997년 보험사에 근무하다 시세조정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A씨. 현재는 모 연기금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때 큰손 동원능력과 탁월한 수익률을 내 주목을 받다 90년대 후반 시세조정 혐의로 구속됐던 B씨. 현재 모 증권사 점포에서 비공식적인 투자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각종 시세조정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증권가에 머물러 있다.

증권업협회가 자율규정을 통해 비위 행위자의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범위가 회원사로 국한돼 사설 투자자문이나 각종 경로를 통해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증시관계자들은 한번 작전에 가담한 사람은 시장에서 영원히 추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투신사 펀드매니저 J씨는 "작전에 가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에 비해 처벌강도가 낮아 소위 '꾼' 으로 낙인 찍힌 사람들이 증시로 되돌아온다" 고 밝혔다.

한국펀드평가의 우재룡 사장은 "미국의 경우 윤리의식이 결여된 사람은 펀드매니저로 채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채용되더라도 내부 감시체제와 윤리교육을 통해 샛길로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고 말했다.

감독당국의 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작전을 뿌리뽑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서 이상징후를 발견, 감독당국에 이를 통보하면 길게는 1년이 지난 뒤에 조치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의 증권 감독당국은 강제수사권이 있어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될 경우 곧바로 수사에 나설 수 있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초동단계의 대응이 불가능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토로했다.

'1백% 무상증자 검토 중' 과 같은 모호한 공시로 주가를 들먹이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면 섣불리 작전에 나서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의 이상훈 변호사는 "작전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벌어지는 범법행위인 만큼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제안했다.

송상훈.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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